칼럼/기업
중대재해 직후 쓰는 사고 경위서에는 사실만 적습니다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8.23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구조와 수습만으로도 하루가 갑니다. 그 와중에 본사는 경위를 보고하라고 하고, 현장 소장은 밤새 사고 경위서를 씁니다. 이 문서가 나중에 압수되어 수사 기록의 앞부분에 들어간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고 직후의 순서
먼저 할 일은 사람을 구하고 추가 사고를 막는 것입니다. 사업주는 즉시 작업을 멈추고 근로자를 대피시킨 뒤 지체 없이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누구든지 중대재해 현장을 훼손해서는 안 되므로(제56조) 설비를 고치거나 치우기 전에 사진과 영상을 남깁니다.
- 119 신고와 구조, 같은 작업 중지와 대피
-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 보고
- 현장 사진·영상 촬영과 보존
- 목격자와 작업 관련자 명단, 연락처
- 사내 자료 삭제·수정 금지 공지와 대외 창구 지정
경위서에는 사실만
급하게 쓴 경위서에 “작업자 부주의로”나 “관리 소홀로” 같은 문장이 들어가면 그 평가가 그대로 수사 자료가 됩니다. 원인 분석은 조사가 정리된 뒤의 일입니다. 경위서는 언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적는 데서 멈추는 편이 낫습니다.
관계자들이 모여 진술을 맞추는 자리도 피하세요. 나중에 진술이 문장까지 같으면 오히려 의심을 받습니다. 사고 원인을 추측하는 사내 메신저 대화도 압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공지로 자제를 요청합니다.
경위서를 쓸 사람도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현장 소장, 안전관리자, 본사 담당자가 각자 다른 경위서를 쓰면 서로 어긋나는 문장이 생깁니다. 확인된 사실을 모으는 사람 한 명이 시간표 형식으로 정리하고, 모르는 부분은 비워 두는 것이 낫습니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다친 사고라면 책임을 넘기는 공문을 급히 보내는 일도 신중해야 합니다. 원청이 그 시설과 장소를 실질적으로 관리했다면 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도 원청의 의무가 문제 되기 때문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유족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례 지원과 조문은 사람의 도리이고 이후 합의의 바탕이 되지만, 그 자리에서 사고 원인을 단정하는 말은 조심해야 합니다. 합의 조건은 산재보험 급여와 회사 배상의 관계를 정리한 뒤 제시합니다.
조사는 여러 기관에서 차례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경찰은 현장 관계자의 업무상과실치사를 주로 봅니다. 현장 관리자, 안전관리자, 대표이사가 각각 조사를 받고 본사와 현장에 압수수색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은 변호인을 따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고 전 날짜로 안전 서류를 새로 만들거나 고치면 증거인멸 문제가 생기니, 새로 만드는 문서에는 작성일을 사실대로 적으세요. 수사에서는 서류가 있는지보다 경영책임자가 평소 위험성 평가와 점검 결과를 보고받고 조치를 지시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사고 전의 진짜 기록을 찾아 정리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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