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범칙조사 확인서, 서명하기 전에 다시 읽을 단어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3

세무조사 막바지에 조사관이 확인서를 내밉니다. “이 정도는 서명해 주셔야 마무리됩니다.” 세금만 문제 되는 단계라면 협의의 일부일 수 있지만, 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바뀌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때부터 받는 문서는 처벌을 전제로 한 기록입니다.

범칙조사로 바뀌었는지부터

조세범칙조사는 세무공무원이 조세범칙행위를 확정하기 위해 하는 조사로, 혐의자와 참고인을 심문하고 압수·수색을 할 수 있습니다(조세범 처벌절차법 제2조, 제8조). 전환 통지서를 받았다면 거기 적힌 세목과 과세기간, 혐의 내용을 먼저 확인하세요. 이 범위가 이후 무엇을 다툴지를 정합니다.

전환 통지를 받은 날부터는 장부와 PC 자료를 정리한다며 지우거나 옮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동안 서명한 확인서와 제출 자료의 사본도 이때 모아 둡니다.

범칙조사 단계에서는 회계 담당자나 퇴사한 직원이 참고인으로 불려 가기도 합니다. 회사가 그들의 진술을 미리 정리해 주는 것은 피하고, 사실 확인이 필요하면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편이 오해를 줄입니다.

확인서에서 걸리는 단어

확인서에는 대개 “부정한 방법으로”, “고의로”, “가공의” 같은 단어가 들어갑니다. 조세포탈죄는 신고를 덜 한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고 이중장부, 차명계좌, 가공 세금계산서처럼 적극적인 부정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 단어들이 바로 그 부분을 인정하는 문장이 됩니다. 실제로 물건을 받았는데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업체만 달랐던 경우라면 “가공 거래”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릅니다.

서명은 의무가 아닙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단정적인 표현은 고쳐 달라고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견을 적거나 서명을 미룬 채 자문을 받으세요. 심문조서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읽고 말한 뜻과 다른 부분은 바로잡아 달라고 합니다.

확인서 문구를 두고 조사관과 실랑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때는 고칠 부분을 적은 메모를 따로 내고, 그 메모를 받았다는 사실을 남겨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중에 왜 서명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 메모가 답이 됩니다.

고발까지의 흐름

조사가 끝나면 벌금 상당액을 내라는 통고처분을 받거나 바로 고발됩니다. 통고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통고대로 이행하면 고발되지 않지만, 징역형이 예상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통고처분 없이 고발됩니다(제17조). 고발되면 경찰 수사로 이어지고, 송치된 사건은 공소청(검찰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 그동안 서명한 확인서와 제출 자료 사본
  • 문제 거래별 계약서, 세금계산서, 대금 흐름
  • 실제 이행을 보여 주는 운송 기록, 작업 사진, 검수 서류

포탈세액이 연간 5억 원을 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처벌의 무게가 크게 달라집니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그래서 연도별 세액 계산과 필요경비 반영이 방어의 중심이 됩니다. 세무대리인과 변호사가 같은 사실을 두고 다른 말을 하면 형사 쪽에서 불리하게 쓰이니, 범칙조사로 바뀐 날부터는 두 사람이 같은 자료를 보며 방향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기업 칼럼 더 보기

기업

대표이사 교체 통보, 사직서에 서명하기 전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은 날 사직서부터 쓰면 받을 수 있던 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임과 해임의 차이와 지금 챙길 서류를 정리했습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3

기업

투자 손실이 났다고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 판단의 결과로 회사에 손해가 났더라도 바로 업무상배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배임과 경영 판단을 가르는 기준과 결정 당시 남겨야 할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