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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계약서, 고쳐 달라고 할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6.05

“이 정도 고쳐 달라고 하면 거래처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계약서 검토를 맡기시면서 가장 많이 덧붙이는 말입니다. 상대방 양식을 받은 쪽은 늘 을의 마음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를 보면 수정 요청 자체보다 요청하는 방식이 문제였던 때가 많습니다.

세 칸으로 나눠서 봅니다

계약서를 받으면 조항을 꼭 고쳐야 할 것, 협상해 볼 것, 받아들여도 되는 것으로 나눕니다. 손해배상 한도가 없거나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게 한 조항, 상대방만 해지할 수 있는 조항, 대금 지급 시기가 모호한 조항은 대개 첫째 칸에 들어갑니다. 관할 법원이나 통지 방법 같은 조항은 둘째 칸인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칸이 두세 개를 넘지 않게 추리는 것이 요령입니다. 스무 군데에 빨간 줄을 그어 보내면 상대방 담당자는 그대로 법무팀에 넘기고, 그때부터 일정이 길어집니다.

상대방이 여러 거래처에 똑같이 쓰는 양식이라면 약관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약관규제법은 이름이나 형태와 상관없이 여러 상대방과 계약하려고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약관으로 보고(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공정성을 잃은 조항을 무효로 합니다. 이 점을 수정 요청의 근거로 조심스럽게 덧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칠 문장과 이유를 함께 보냅니다

“이 조항은 곤란합니다”라는 말만 보내면 상대방은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릅니다. 대신 쓸 문장을 직접 적고 왜 필요한지 한두 줄로 붙이면 회신이 빨라집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 한도를 계약금액으로 정하자고 하면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은 예외로 두면, 상대방도 받아들일 명분이 생깁니다.

위약금은 숫자로 봅니다.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지나치게 많으면 법원이 줄일 수 있지만(민법 제398조), 계약서에 위약벌로 적혀 있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내는 쪽인지 받는 쪽인지에 따라 고칠 방향도 반대가 됩니다.

본문만 보고 별첨을 넘기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사양서나 견적서가 본문과 다르게 적혀 있으면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 정해 두어야 하고, 회의에서 말로 합의한 납기나 단가가 최종본에 들어갔는지도 확인합니다.

끝내 고치지 못한 조항이 남았다면

협상을 해도 바꾸지 못하는 조항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조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서명하는지 메일로 정리해 상대방에게 한 번 보내 두세요. 상대방 담당자가 말로 “그 조항은 실제로는 안 쓴다”고 한 내용도 같은 방식으로 남깁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계약서 다음으로 보는 것이 이런 기록입니다. 서명 전 며칠 동안 오간 메일 몇 통이 몇 년 뒤 회사의 입장을 지켜 주기도 합니다.

서명할 사람의 권한도 마지막에 확인합니다. 상대방 쪽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사람이 서명한다면 그 사람이 회사를 대표해 계약할 권한이 있는지, 우리 회사 안에서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거래는 아닌지 짚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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