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위약금 조항, 숫자보다 성격을 먼저 보세요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4.21계약서 검토를 맡기는 회사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대개 금액입니다. 위약금이 계약금액의 두 배인데 너무 많은 것 아니냐, 반대로 우리가 받을 위약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금액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그 돈이 법적으로 어떤 성격인지입니다.
위약금은 일단 손해배상 예정으로 봅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손해배상 예정은 다툼이 생겼을 때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증명하지 않고도 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입니다. 받는 쪽에는 편하지만,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커도 원칙적으로 그 이상은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따라옵니다.
예정액이 부당하게 많으면 법원이 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그래서 내는 쪽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금액이 끝이 아닙니다. 거래 규모, 위반 경위, 실제로 생길 수 있는 손해를 들어 감액을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예정을 했다고 해서 계약 이행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같은 조 제3항). 위약금을 받으면서 거래를 끝낼지, 이행을 계속 요구할지는 따로 고를 수 있습니다. 납품이나 공사가 늦어질 때 하루 단위로 붙는 지체상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상한이 없으면 지연이 길어질수록 계약금액을 넘기기도 하고, 그때도 감액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위약벌’이라고 적으면 달라지는 것
계약서에 위약금을 위약벌로 한다고 분명히 적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약벌은 위반에 대한 제재로 받는 돈이어서 손해배상과 따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제398조 제2항의 감액 규정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무거운 위약벌은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일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숫자라도 손해배상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실제 손해를 따로 청구할 수 있는지에 따라 회사가 지는 책임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이 부분을 비워 두면 분쟁이 난 뒤 해석 다툼부터 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가 받는 쪽인지 내는 쪽인지
위약금을 받을 가능성이 큰 쪽이라면 위약금과 별도로 실제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는 문장을 넣거나 위약벌임을 밝히는 방향을 검토합니다. 내야 할 가능성이 큰 쪽이라면 위약금을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명시하고, 총 책임 한도와 간접손해 제외 조항을 함께 둡니다.
검토할 때는 위약금의 성격을 문구로 정했는지, 위약금과 별도로 실제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지, 총 책임 한도와 간접손해 제외 조항이 있는지, 위반을 바로잡을 시정 기간을 주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상대방이 수십 번 써 온 양식이라도 이 몇 줄은 협상해 볼 만합니다. 서명한 뒤에는 법원의 감액을 기대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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