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직원 횡령이 의심될 때, 면담은 맨 나중입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01회계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간 사이, 대신 통장을 정리하던 다른 직원이 이상한 이체를 발견합니다. 직원 횡령이 드러나는 흔한 장면입니다. 이때 대표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그 직원을 불러 사실을 묻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순서로 보면 면담은 맨 뒤에 둡니다.
묻는 순간 자료가 움직입니다
추궁을 받은 직원은 그날 밤 장부를 고치거나 업무용 PC의 파일을 지울 수 있습니다. 돈이 남아 있다면 가족 명의로 옮길 시간도 생깁니다. 고소한 뒤 수사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는 회사가 고소 전에 자료를 얼마나 지켜 두었는지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
반대로 자료를 먼저 지켜 두면 면담에서 직원이 무슨 말을 하든 회사가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직원의 설명이 거래 기록과 맞는지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모으는 사람도 정해야 합니다. 의심 직원과 가까운 동료에게 맡기면 말이 새기 쉽고, 대표 혼자 밤새 엑셀을 붙들고 있으면 빠뜨리는 거래가 생깁니다. 회계를 아는 사람 한두 명으로 범위를 좁히고, 그 사람들에게도 당분간 비밀을 지켜 달라고 분명히 말해 두세요.
하루 이틀 안에 할 일
- 인터넷뱅킹에서 의심 기간 전체의 거래내역을 엑셀과 PDF로 내려받는다
- 그 직원의 OTP, 회계 프로그램 권한, 법인카드를 업무 조정을 이유로 회수한다
- 업무용 PC와 회사 메일 계정은 포맷하거나 넘기지 말고 그대로 둔다
- 의심 거래를 날짜, 금액, 받은 계좌, 장부 적요 순으로 한 줄씩 표에 옮긴다
마지막 표가 이후 모든 절차의 뼈대가 됩니다. 고소장도, 가압류 신청서도, 고소인 조사에서의 설명도 이 표를 기준으로 맞춥니다. 급여대장과 결재 서류, 거래처 세금계산서를 옆에 두고 정상 지출을 걸러 내면 금액이 분명해집니다.
흔한 유형은 직원 본인이나 가족 계좌로 간 돈, 세금이나 보험료로 적어 놓고 다른 곳으로 보낸 돈, 일하지 않는 사람 이름으로 나간 급여, 개인 용도로 쓴 법인카드입니다. 표를 만들다 보면 처음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표가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면 고소와 가압류를 같은 시기에 준비합니다. 형사 처벌만으로 돈이 돌아오지는 않으므로, 직원 명의 예금이나 부동산, 자동차를 아는 범위에서 적어 두면 가압류 신청이 빨라집니다(민사집행법 제276조).
면담을 한다면
자료가 정리된 뒤 면담을 한다면 한두 사람이 차분하게 사실을 묻고 대화를 기록합니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각서를 받으면 나중에 강요로 썼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직원 개인 휴대전화나 개인 메일을 몰래 열어 보는 것도 회사 쪽에 새 문제를 만들 수 있으니 하지 않습니다.
화가 난다고 그 자리에서 해고를 통보하는 것도 피하세요. 취업규칙의 징계 절차를 밟지 않으면 횡령 사건과 별개로 해고 다툼이 하나 더 생깁니다. 업무상횡령은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하루 이틀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 때문에 고소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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