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월급만 받은 원장도 사무장병원 책임을 지나요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2.27

"저는 그냥 월급 받고 진료만 했습니다." 사무장병원 수사를 받는 의사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도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떤 책임을 어디까지 지는지는 그 말이 자료로 뒷받침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 운영자를 가리는 기준

대법원은 개설 명의보다 실질을 봅니다. 개설 자금을 누가 냈는지, 시설과 인력을 누가 갖추고 관리했는지, 운영 성과가 누구에게 귀속됐는지가 기준입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수사에서는 병원 통장과 인감을 누가 관리했는지, 직원 채용과 급여를 누가 정했는지가 반복해 확인됩니다.

계좌 거래 내역과 메신저 대화가 압수되면 이 질문들의 답은 대부분 자료로 정해집니다. 기억에 의존해 설명하기보다 당시 자료로 무엇이 드러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진술 범위를 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담 정도에 따라 책임이 갈립니다

  • 고용되어 진료만 함: 의료법 제90조(500만원 이하 벌금), 자격정지 3개월 기준
  • 개설 단계부터 함께 계획함: 비의료인 개설의 공범으로 제87조(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
  • 면허를 빌려줌: 면허 대여(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와 면허취소 사유
  • 공단에서 받은 요양급여비용: 사기죄 공범 문제

고용된 의사라도 수익 배분을 받았거나 개설 서류 준비를 주도했다면 단순 고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근로계약서, 급여 통장, 언제 운영 구조를 알게 됐는지, 그만둔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의료생협이나 비영리법인 이름으로 연 병원도 다르지 않습니다. 법인은 법이 인정하는 개설 주체지만, 형식만 갖춰 세우고 실제로는 특정 개인이 자금과 운영을 지배했다면 비의료인의 개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인이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것도 금지됩니다(의료법 제33조 제10항).

환수는 원장 이름으로 나옵니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이 받은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징수하는데, 처분은 요양기관 명의자인 원장에게 나오고 실제 개설자에게 연대 납부를 명하는 구조입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사무장이 대신 내겠다는 각서를 써 줬어도 공단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입니다. 징수 처분은 형사 판결보다 먼저 나오기도 하니 이의신청과 소송 기한을 따로 챙겨야 합니다.

자진신고의 효과와 한계

사무장에게 고용돼 진료한 의료인이 스스로 신고하면 자격정지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고(의료법 제66조 제5항), 위반이 드러나기 전에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면 1차 위반은 처분이 면제됩니다. 다만 이것은 자격정지에 관한 것이고, 형사 책임과 환수가 함께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신고서에 무엇을 어디까지 적을지는 형사 사건과 환수 처분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본 뒤 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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