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조서에 적힌 의학 용어, 서명 전에 고쳐야 하는 이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3.12의료 사건 조사는 길어지기 쉽습니다. 수사관이 의학 용어를 하나씩 확인하며 받아 적고, 의사는 설명을 쉽게 풀어 말하다 보니 질문과 답이 몇 번씩 오갑니다. 그 과정에서 말한 뜻과 다른 문장이 조서에 남는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자주 어긋나는 대목
첫째는 수치와 시각입니다. 활력징후, 검사 수치, 투약 시각을 기억으로 답하면 기록과 몇 분, 몇 단위씩 달라지고, 그 차이가 나중에 진술의 신빙성 문제로 돌아옵니다. 둘째는 가정형 문장입니다. 그때 CT를 찍었다면 알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고 답하면, 조서에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인정한 문장으로 남기 쉽습니다.
셋째는 일반론과 이 환자의 구분입니다. 교과서적인 설명을 했는데 조서에는 이 환자에게 그 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취지로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는 '모른다'와 '기억나지 않는다'의 차이입니다. 앞의 것은 몰랐다는 뜻이고 뒤의 것은 알았지만 지금 기억이 없다는 뜻이라, 사건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의사는 자신이 한 말을 기준으로 조서를 읽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고칠 수 있는 시간은 서명 전까지입니다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읽고 서명하는데, 이때 고쳐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서명한 뒤에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 받아들여지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몇 시간 조사를 받은 뒤라 지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표현을 바꿔 달라고 하거나 추가 진술을 덧붙여 달라고 하세요.
- 숫자와 시각이 기록과 같은지
- '했어야 했다', '했다면' 같은 문장이 내 말인지
- 일반론이 이 환자 이야기로 바뀌지 않았는지
- 모른다고 답한 부분이 추측으로 채워지지 않았는지
변호인이 옆에 있을 때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에 참여해 부당한 신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문이 끝난 뒤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지산에서는 조사 전에 예상 질문으로 연습하면서 가정형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미리 정하고, 조사실에 함께 들어가 유도하는 질문에는 그 자리에서 의견을 냅니다. 서명 전에 조서를 같이 읽으며 의학 용어와 수치가 정확히 옮겨졌는지 한 줄씩 보는 일도 조사 당일 변호인이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조사 전에 해 둘 준비
조서가 어긋나는 일을 줄이려면 조사 전에 진료 경과를 시간순 표로 만들어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시각, 활력징후, 검사 결과, 처치, 설명 내용을 한 줄씩 적고 근거 기록의 쪽수를 붙여 두면, 조사 중에 기억이 흔들릴 때 기록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자주 쓰는 의학 용어는 수사관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 쓴 메모를 만들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조사에서 다 설명하지 못한 내용은 진료지침, 문헌, 자문 소견과 함께 변호인 의견서로 따로 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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