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갚겠다”며 내민 횡령 직원의 합의서, 서명 전에 볼 것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4횡령이 드러난 직원이 먼저 찾아와 “돈은 다 갚겠습니다, 합의서만 써 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 함께 일한 사람이면 여기서 조용히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서명하기 전에 두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돌려받는 돈이 피해의 전부인지,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직원이 말한 금액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직원이 “이것만 썼다”고 말한 금액과 회사 자료로 확인한 금액은 다를 때가 흔합니다. 이번 달 이체는 확인했지만 2년 전 내역은 아직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합의서에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들어가 있으면 나중에 드러난 돈까지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 대상을 “○년 ○월부터 ○년 ○월까지 확인된 ○원”처럼 기간과 금액으로 특정하고, 그 밖에 추가로 드러나는 피해는 따로 청구할 수 있다고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직원이 써 온 합의서 초안을 그대로 쓰기보다 회사가 문안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이 인정한 금액이 회사 자료와 맞지 않을 때는 합의를 서두르기보다 일부라도 먼저 받고 나머지는 확인 뒤 정리하는 방식이 낫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금액까지 한꺼번에 정리하자는 제안은 직원 쪽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약속이 깨졌을 때를 미리 적어 둡니다
일반 합의서나 각서는 그것만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어서, 직원이 갚지 않으면 결국 소송을 해야 합니다. 갚을 돈과 날짜를 정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를 넣은 공정증서를 만들어 두면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습니다. 나눠 갚기로 했다면 한 번이라도 밀리면 남은 돈 전부를 바로 갚아야 한다는 조항도 넣습니다.
- 확인된 피해 기간과 금액
- 갚을 금액, 날짜, 입금 계좌
- 한 번 밀리면 남은 돈 전부를 갚는다는 조항
- 추가로 드러나는 피해에 대한 청구 유보
-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지, 언제 표시할지
직원에게 재산이 있다면 합의와 별개로 가압류를 검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갚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사이 재산이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직원 가족이 대신 갚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족이 연대해서 책임진다는 문구와 서명을 받아 두어야 나중에 가족에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한 약속은 직원 본인의 약속과 마찬가지로 지켜지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처벌불원은 맨 마지막 카드
업무상횡령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범죄가 아닙니다. 그래도 합의와 피해 회복은 처분과 양형에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 쪽은 처벌불원서를 원합니다. 돈을 다 받기 전에 처벌불원서부터 써 주면 회사가 쥔 협상 수단이 사라집니다.
처벌불원 의사는 변제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표시하거나, 회차별 변제와 연동해 정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퇴직금을 손해배상금과 마음대로 상계해 주는 식의 정리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합의서에 함께 넣기 전에 확인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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