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사과 받고 끝낼까, 망설이는 피해 측 부모에게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4.21신고하고 며칠 뒤 학교에서 연락이 옵니다. 상대 아이가 많이 반성하고 있고 부모도 사과하고 싶어 한다며, 경미한 일이니 학교장 자체해결로 마무리하면 어떻겠느냐고. 피해 측 부모는 이 질문 앞에서 오래 고민합니다. 일을 키우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이대로 끝내면 아이가 또 당할까 걱정도 됩니다.
자체해결이 되는 사안인지부터
학교장 자체해결은 네 가지를 모두 갖춘 경미한 사안에서만 가능합니다.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없고, 재산 피해가 없거나 복구됐거나 복구 약속이 있고, 지속적이지 않고, 신고나 진술에 대한 보복이 아니어야 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제1항). 여기에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심의위원회를 원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정권이 피해 측에 있다는 뜻입니다. 학교가 권해도 동의하지 않으면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해야 합니다. 반대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안이라면 동의서를 내도 전담기구 심의에서 걸러져 심의위원회로 갑니다.
학교가 자체해결을 권하는 것은 대개 절차를 빨리 끝내고 아이들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뜻입니다. 나쁜 뜻은 아니지만, 학교의 판단과 피해 측의 판단이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서명하기 전에 한 번 더
- 아이가 진료나 상담을 받고 있다면 의사 소견을 먼저 들어 본다
- 같은 학생에게 전에도 당한 일이 있는지 아이에게 다시 묻는다
- 물건 값을 물어 주겠다는 약속은 금액과 날짜를 글로 받는다
- 동의서에 적힌 사안 내용이 아이가 겪은 일과 같은지 읽어 본다
- 같은 반에서 계속 지내도 괜찮은지 아이 뜻을 직접 확인한다
아이에게 물을 때는 상대가 사과하면 괜찮겠느냐고 묻기보다, 내일 그 친구와 같은 교실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물어보세요. 아이의 대답이 결정의 가장 중요한 근거입니다.
자체해결로 이미 종결되면 같은 일로 다시 심의위원회를 열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2주 이상 진단이 나오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괴롭힘이 확인돼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학교가 답을 재촉하면 언제까지 정하면 되는지 묻고 시간을 받으세요. 교육부 가이드북은 심의를 요청한 뒤라도 심의위원회 의결 전까지 피해 측이 서면으로 개최 요구를 거두면 자체해결로 처리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결정을 미룬다고 길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자체해결을 고른다면
자체해결은 가해학생에게 1~9호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절차여서 생활기록부에도 조치가 남지 않습니다. 그 대신 학교장은 학교폭력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14조의3). 자체해결 뒤 다시 괴롭힘이 생기면 새로 신고할 수 있고, 그때는 앞선 일까지 지속성 판단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과의 내용과 재발 방지 약속은 말로 끝내지 말고 학교를 통해 문서로 남겨 두세요. 어느 쪽이 맞는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다만 그 결정을 학교의 권유나 상대의 사정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기준으로 내리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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