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팔려고 갖고 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무거운 이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23압수된 양이 생각보다 많거나 작은 봉투에 나뉘어 있으면 조사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단순 소지로 보던 사건이 판매 목적 소지로 넘어가는 순간, 약물에 따라서는 벌금형이 사라지고 법정형의 하한이 생깁니다. 이 질문이 나왔다면 사건의 무게가 걸린 지점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목적이 조문을 바꾸는 약물들
대마를 그냥 갖고 있었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매매할 목적으로 갖고 있었다면 1년 이상 유기징역입니다(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제6호, 제59조 제1항 제7호). 마약이나 LSD 같은 향정 가목은 매매 목적 소지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고(제58조 제1항 제1호·제3호), 수출입할 목적의 소지도 같은 무게입니다.
필로폰 같은 향정 나목은 조금 다릅니다. 소지와 매매가 같은 조문(제60조 제1항 제2호)에 묶여 있어 목적에 따라 조문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판매 정황이 보이면 양형에서 투약·단순소지 유형이 아니라 매매·알선 유형으로 평가될 수 있어 결과는 달라집니다.
향정 나목이라도 수출입할 목적으로 갖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다시 달라집니다. 제조나 수출입 목적의 소지는 제58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어서, 해외에서 들여오려던 정황이 함께 나오면 목적이 다시 쟁점이 됩니다.
수사기관이 보는 정황, 우리가 설명할 것
양이 많다는 것, 작게 나눠 포장돼 있다는 것, 저울과 지퍼백이 함께 나왔다는 것은 판매 목적을 의심하게 하는 대표적 정황입니다. 그래도 이것들은 간접 자료여서, 양만으로 목적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이 쓰려던 것이라는 점은 구체적인 사정으로 채워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대화 한 줄이 목적을 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친구에게 '남으면 좀 줄게'라고 보낸 메시지가 판매나 제공의 의사로 읽히는 식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무엇을 근거로 판매 목적을 의심하는지부터 확인하고, 그 근거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을 준비해야 합니다.
- 한 번에 많이 산 이유와 그때의 결제 내역
- 평소 사용량과 사용 간격
- 나눠 담은 것이 판매용인지 사용 편의 때문인지
- 메신저에 가격이나 판매 이야기가 오갔는지, 누구에게 건넨 기록이 있는지
설명은 기록과 맞아야 합니다
휴대전화 대화와 송금 기록은 대부분 이미 수사기관 손에 있습니다. 기록과 어긋나는 설명은 오히려 판매 목적을 굳히는 근거가 됩니다. 기억에 기대어 말하기 전에 남은 자료부터 시간순으로 맞춰 보고, 그 범위 안에서 사용 목적을 설명해야 합니다.
판매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사건은 단순 소지로 돌아오고, 그때부터는 치료 의지와 재범 방지 계획처럼 처분을 가볍게 할 사정을 보여 주는 단계가 됩니다. 목적을 다투는 일과 선처를 구하는 준비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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