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가해자와 대질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2.21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한숨 돌렸을 무렵, 수사관에게서 가해자와 주장이 엇갈리니 대질조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와 한 공간에 앉아 그날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는 분이 많습니다. 대질은 엇갈리는 진술을 한자리에서 확인하려는 수사 방법이지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 부담이 큰 방법이라 실제로 할지는 사건마다 신중하게 정해집니다.
대질은 수사기관이 필요할 때 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이 사실을 발견하는 데 필요하면 피의자와 다른 사람을 대질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245조). 할 수 있다는 규정이지, 피해자가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닙니다. 원하지 않는다면 그 뜻을 분명히 밝힐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나이와 심리 상태를 신중히 고려하고, 피해자가 편안하게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조사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29조). 대질을 원하지 않는 이유가 두려움이나 2차 피해에 대한 걱정이라면 그 사정을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거절 의사는 전화로만 전하지 말고 문자나 변호인 의견서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전하는 편이 좋습니다.
거절하면 불리해지지 않을까
대질을 거절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엇갈리는 부분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면, 대질 대신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진술이나 자료 제출로 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부분이 엇갈리는지 먼저 물어보고 그 지점에 맞는 자료를 정리해 내는 편이 대면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있다면 이 조율을 맡길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수사관과 직접 실랑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부담이 꽤 줄어듭니다. 수사관과 엇갈리는 쟁점을 확인하고, 대질 없이 해결할 방법을 먼저 협의합니다. 대질 대신 추가 조사 일정만 잡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응하기로 했다면 요청할 수 있는 것
- 피해자 변호사의 참여와 의견 진술(성폭력처벌법 제27조)
- 신뢰하는 사람의 동석(제34조)
-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대기 장소와 출입 시간을 나눠 달라는 요청
- 쉬는 시간과 조사 중단 요청
대질은 서로의 진술을 맞대어 보는 자리여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말을 끊거나 압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변호사는 그 자리에서 의견을 내고 조사 방식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대질이 끝난 뒤 작성된 조서도 끝까지 읽고 서명하고, 위축되어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추가 진술서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재판에서 증인으로 서게 되더라도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한 신문 같은 보호 장치가 있으니(성폭력처벌법 제40조), 수사 단계의 결정을 혼자 짊어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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