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강간죄에 벌금형이 없다는 말의 무게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05

강간 혐의로 조사를 앞둔 분이 "초범이니 벌금 정도로 끝나지 않겠느냐"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는 법이 먼저 답을 정해 두었습니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만 처벌하고 벌금형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한 3년과 집행유예의 관계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강간의 하한이 바로 3년이어서, 법원이 하한 그대로 선고해야 겨우 집행유예를 검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는 감경 사유가 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법원은 형을 감경할 수 있고(형법 제53조), 유기징역을 감경하면 형기가 2분의 1로 내려갑니다(형법 제55조). 그래서 감경이 되면 선고 가능한 범위가 1년 6개월 이상으로 넓어지고, 그 안에서 집행유예 여부가 다퉈집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피해 회복, 전력이 없다는 사정이 이 단계에서 무게를 가집니다.

비슷해 보이는 죄명, 다른 법정형

  • 강간(형법 제297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유사강간(형법 제297조의2): 2년 이상의 유기징역
  • 강간 등 상해·치상(형법 제301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삽입이 있었는지, 손가락이 신체 내부에 들어갔는지, 진단서에 적힌 상처가 법이 말하는 상해인지에 따라 하한이 생기거나 벌금형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행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정확히 특정하는 일이 곧 법정형을 정하는 일입니다.

강간치상도 진단서가 제출됐다고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상처가 극히 가벼워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면 상해로 보지 않은 판단들이 있습니다. 하한 3년과 5년의 차이는 감경을 받더라도 집행유예가 가능한지를 가르는 차이여서, 진단 경위와 치료 내용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상대방이 누구였는지도 법정형을 바꿉니다. 19세 미만이면 청소년성보호법, 13세 미만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성폭력처벌법의 별도 조문, 친족이면 성폭력처벌법 제5조가 적용되어 하한이 더 올라갑니다. 주거에 침입한 뒤의 범행도 성폭력처벌법 제3조로 무거워집니다.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지만 DNA 같은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 연장됩니다(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

그래서 기소 전이 중요합니다

벌금형이 없다는 것은 기소되는 순간 징역형 범위 안에서 형이 정해진다는 뜻입니다. 다투는 사건이라면 송치 전 의견서로 혐의없음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합의와 양형자료로 기소유예 가능성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첫 조사의 진술이 그 출발점이라는 점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도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하거나 합의를 청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압박이나 2차 피해로 비치면 처분과 양형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인멸 염려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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