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만나지 않았어도 대화만으로 처벌되는 죄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09

온라인 그루밍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지만 법률 용어는 아닙니다. 조문에 적힌 이름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입니다. 이 죄의 가장 큰 특징은 만남도, 신체 접촉도, 사진도 없이 대화만으로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는 말이 방어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처벌되는 행위는 두 갈래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아래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런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
  • 성교, 유사성교, 신체 노출, 자위 같은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행위

앞의 유형은 지속성이나 반복성이 요건이어서 한두 번의 농담이라면 이 부분을 다툴 수 있습니다. 뒤의 유형은 그런 요건이 없어 한 번의 권유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같은 대화라도 어느 문장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하나씩 짚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친해지는 과정 자체, 함께 게임을 하거나 고민을 들어준 사정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16세 미만이면 목적을 묻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16세 이상 19세 미만이면 수사기관이 성적 착취 목적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2항은 상대방이 16세 미만이면 같은 행위를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해, 목적 요건이 빠집니다. 상대방의 나이와 그 나이를 언제 알았는지가 첫 쟁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대화가 길었다면 나이를 알게 된 시점 전후로 나눠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정리합니다.

이 구조 때문에 상대방이 성인이라고 밝혔다는 대화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그 뒤에 학년이나 학교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때부터는 알았다고 볼 수 있어, 한 장면만 떼어 내 주장하기보다 대화 전체를 함께 내야 합니다.

2025년 개정과 수사 방식

2025년 4월 개정으로 제1항의 문구가 다듬어지고 미수범 처벌 규정(제3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대화를 시도하다 그친 경우까지 처벌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행위가 개정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미수 처벌 여부가 갈릴 수 있으니 날짜를 확인해야 합니다.

경찰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이 범죄에 대해 신분을 숨기고 접근하는 신분비공개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 대화 상대가 수사관이었다면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 수사가 법이 정한 범위와 절차 안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다른 혐의로 번지기 쉽습니다. 사진을 요구했다면 성착취물 제작, 만나서 대가를 줬다면 성매수, 16세 미만과 접촉이 있었다면 의제강간·추행이 함께 조사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어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므로, 대화가 법이 말하는 성적 대화에 해당하는지부터 수사 단계에서 따져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형사 칼럼 더 보기

형사

고소당했다는데 몇 달째 조용할 때

상대방이 고소하겠다고 한 지 한참인데 경찰 연락이 없으면 불안만 커집니다. 연락이 늦는 이유와, 기다리는 동안 해 둘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