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판매자를 말하면 봐준다'는 말, 법적으로는 어떤 무게일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마약 사건 조사실에서 '구한 곳을 말하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분이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말이 어떤 법적 장치에 근거하는지, 어느 정도의 협조가 실제로 형을 줄이는지는 거의 설명되지 않습니다. 협조를 결심하기 전에 그 무게부터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양형기준이 정한 두 단계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자수와 중요한 수사협조를 특별감경인자로, 일반적 수사협조를 일반감경인자로 둡니다. 중요한 수사협조는 본인 사건보다 무겁거나 더 큰 마약범죄에 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밝혀, 관련자가 형사소추되거나 소추가 가능할 정도로 기여한 경우를 말합니다.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하나를 말한 정도로는 중요한 수사협조가 되기 어렵습니다. 거래 날짜와 장소, 송금 지갑 주소처럼 확인 가능한 정보가 함께 있어야 일반적 수사협조로라도 참작될 여지가 생깁니다. 협조를 인정받으려고 일부러 마약범죄를 만들어 낸 경우는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시점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가 흔적을 지우거나 다른 경로로 이미 특정돼 기여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서둘러 말하다 보면 본인 사건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니, 말할 범위를 정한 뒤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약속이 아니라 기록이 남아야 합니다
우리 법에는 수사기관과 형량을 미리 정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조사실에서 협조하면 봐주겠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 말이 처분이나 판결을 묶지 못합니다. 기소 여부는 검사가, 형은 판사가 정하고, 2026. 10. 2. 공소청(검찰청)이 출범한 뒤에도 이 구조는 같습니다.
그래서 협조했다면 그 내용이 진술조서나 수사보고서에 남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재판에서는 협조 결과를 확인해 달라는 조회 신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오간 협조는 나중에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자수와 자백, 그리고 거짓의 대가
스스로 수사기관에 범행을 신고하면 자수로서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52조 제1항).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정합니다. 수사기관의 연락이나 조사를 받고 인정하는 것은 자백이지 자수가 아니며, 반대로 수사가 시작된 뒤라도 체포되기 전에 스스로 찾아가 신고하면 자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협조를 서두르다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단정해서 말하면 위험이 큽니다.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면 무고죄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형법 제156조). 그 진술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되면 본인 사건 진술의 신빙성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보복이 걱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실을 어디까지 말할지, 신원 보호가 필요한지는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확실히 아는 것과 짐작하는 것을 나누는 일이 협조의 첫 단계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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