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THC 0' 표시가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2.03

가을 여행철이 지나면 비슷한 문의가 이어집니다. 해외 마트에서 수면에 좋다는 CBD 젤리를 샀는데 공항에서 적발됐다거나, 선물로 받은 CBD 오일 때문에 세관에서 연락이 왔다는 내용입니다. 포장에는 THC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며 억울해하시지만, 우리 법의 기준은 그 표시가 아닙니다.

CBD는 그 자체로 대마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대마초와 그 수지, 이를 원료로 만든 제품, 이와 같은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이것들을 함유한 혼합물질을 대마로 정합니다(제2조 제4호). 시행령은 칸나비놀(CBN),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과 함께 칸나비디올(CBD)을 대마로 정하고 있습니다(시행령 별표 7의2).

그래서 CBD가 들어 있다면 THC 함량이 얼마든 대마에 해당합니다. 법은 대마초의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와 그 제품을 대마에서 빼지만, 줄기나 씨앗에서 추출했다고 적힌 제품이라도 CBD가 들어 있으면 대마를 함유한 혼합제제로 다뤄집니다.

식약처의 마약류 안내도 대마를 대마초와 그 수지, 칸나비놀,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칸나비디올로 설명합니다. 외국 제품의 성분표에 CBD나 칸나비디올, hemp extract 같은 표시가 있다면 일단 대마 성분 제품으로 보고 판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들여온 방법이 형을 가릅니다

여행 가방에 넣어 오거나 직구로 받았다면 대마 수입입니다.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어서(제58조 제1항 제5호), 국내에서 받은 제품을 갖고 있던 경우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제61조 제1항 제6호)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았다면 수수·소지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친구가 들여오는 과정에 부탁하거나 관여했다면 수입 공범이 거론될 수 있습니다.

양형기준은 본인이 쓰려고 들여온 수입을 특별감경 요소로 봅니다. 수면이나 통증 때문에 샀다면 그 증상으로 치료받은 기록, 주문량, 반복 여부를 정리해 개인 사용이었다는 점을 보여 줘야 합니다.

합법인 나라에서 샀다는 사정, 몰랐다는 사정

판매된 나라에서 합법이었다는 점은 우리 법의 판단을 바꾸지 못합니다. CBD가 든 줄은 알았지만 그것이 금지된 줄 몰랐다면 법률의 착오 문제가 되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처벌을 면합니다(형법 제16조). 이 기준은 쉽게 인정되지 않으므로, 경위를 처분과 양형에서 설명하는 준비를 함께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치료에 꼭 필요한 대마 성분 의약품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하거나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아 자가치료용으로 휴대해 출입국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시행령 제3조 제3항). 해외 쇼핑몰에서 산 제품은 의사의 권유가 있었더라도 이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마씨유처럼 종자로 만든 식품도 미량 잔류 기준 안에서만 유통될 수 있고, CBD를 내세운 오일이나 캡슐은 그 범위 밖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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