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공소장을 받았다면, 첫 공판 전에 한 줄씩 대조하세요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2.23

다 인정하는 사건인데 공소장까지 꼼꼼히 볼 필요가 있나요? 기소된 뒤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혐의를 다투지 않으니 반성하는 모습만 보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인정하는 사건일수록 무엇을 인정하는지가 정확해야 합니다.

공소장에서 확인할 것

법원에서 공소장 부본과 함께 의견서 양식이 옵니다. 공소장에는 어떤 약물을, 언제, 어디서, 몇 번,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이 문장 하나하나가 형을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 약물의 종류와 분류(대마인지, 향정 나목인지 라목인지)
  • 투약·매수 날짜와 횟수, 금액
  • 투약인지 수수인지, 매수인지 매매 알선인지 같은 행위의 이름
  • 함께 기소된 다른 범죄사실이 있는지

조사에서 두세 번이라고 했던 투약이 공소장에는 다섯 번으로 적혀 있거나, 친구에게 받았다는 진술이 수수로 정리돼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와 다른 부분을 인정한다고 써 버리면 그대로 판결의 사실이 됩니다. 인정할 부분과 바로잡을 부분을 나눠 의견서에 적어야 합니다.

기록을 보고 나서 정할 것

변호인은 공소가 제기된 사건의 서류와 증거물의 열람·등사를 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1항).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있으면 피고인 본인은 열람만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에는 감정서, 채취 경위, 휴대전화 분석 결과, 공범의 진술이 들어 있습니다.

기록을 봐야 증거에 동의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공범이 한 진술을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직접 묻게 됩니다. 인정하는 사건이라도 공범 진술 가운데 본인 역할을 부풀린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다투는 방법도 있습니다.

공판까지 남은 시간에 할 일

투약 사건이면 법원이 보호관찰소에 판결 전 조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보호관찰관이 본인과 가족을 면담해 생활환경, 중독 여부, 재범위험성 등을 조사해 법원에 알립니다(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3). 이 면담은 사실상 또 하나의 진술이라, 그동안의 진술과 치료 경과를 정리하고 가야 합니다.

양형자료도 이 시기에 모읍니다. 치료 기록, 자조모임 참여 확인, 자발적 검사 결과, 가족의 탄원서와 감독 계획, 직장 자료입니다.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의견을 밝히고 나면 재판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어, 자료는 첫 기일 전부터 준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판 순서를 미리 알아 두면 덜 긴장됩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증거를 조사한 뒤, 피고인신문, 검사의 구형,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됩니다. 최후진술은 짧더라도 미리 써 보고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공소장을 받은 날부터 첫 공판까지는 보통 몇 주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 시간을 공소장 한 장을 정확히 읽는 데서 시작하면, 그다음 준비가 훨씬 분명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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