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처음 법정에 서는 날 알아 둘 것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1법원 복도에는 같은 시각에 재판이 잡힌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립니다. 한 법정에서 여러 사건이 차례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 이름이 불릴 때까지 앞 사건 재판을 방청석에서 지켜보게 됩니다. 처음 법정에 오는 분들은 이 기다림에서 이미 지칩니다. 앞 사건에서 법정구속되는 장면이라도 보게 되면 다리가 떨리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직접 나와야 합니다
형사재판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채 열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76조). 민사재판처럼 변호인만 나가면 되는 줄 알았다가 놀라는 분도 있습니다. 소환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제74조). 일정이 도저히 어렵다면 미리 변호인과 상의해 기일 변경을 신청해야 합니다.
법원에는 기일보다 넉넉히 일찍 도착해 법정 앞 게시판에서 사건번호와 순서를 확인하세요. 단정한 옷차림이면 충분하고, 휴대전화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꺼 둡니다. 피해자가 방청석에 와 있을 수도 있으니 복도에서 마주쳐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가족이 함께 온다면 방청석에서 표정이나 혼잣말로 반응하지 않도록 미리 부탁해 두세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는 순서
이름이 불리면 피고인석으로 나갑니다. 재판장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제283조의2),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 등을 물어 본인인지 확인합니다(제284조). 이어서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고,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밝힙니다(제286조 제1항).
이때 할 말은 미리 변호인과 정해 둔 범위 안에서 짧게 합니다. 억울한 사정을 그 자리에서 길게 설명하고 싶어지지만, 첫날 피고인의 말은 인정하는지를 밝히는 데서 그치는 편이 낫습니다. 이익이 되는 사실은 변호인을 통해 정리해 주장할 기회가 따로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재판장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았다면 다시 말씀해 달라고 해도 됩니다. 긴장한 나머지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답하는 실수가 의외로 흔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증거에도 모두 동의하는 사건은 첫날 증거조사를 마치고 바로 변론을 끝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날 검사의 구형과 최후진술까지 이어집니다. 첫 기일이니 분위기만 보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갔다가 최후진술을 준비하지 못한 채 서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첫 기일 전에 합의서와 양형 자료를 내고, 최후진술 몇 문장도 미리 적어 가세요. 다투는 사건이라면 첫날은 증거 의견을 밝히고 다음 기일을 잡는 데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쓰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합니다. 그 몇 분이 몇 달의 준비를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준비한 것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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