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무혐의가 나왔으니 무고로 고소하면 될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2몇 달을 시달린 끝에 혐의없음 통지서를 받으면 안도와 함께 분노가 밀려옵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이제 저 사람을 무고로 고소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십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혐의없음과 무고 사이에는 생각보다 거리가 있습니다.
증명이 안 된 것과 거짓인 것은 다릅니다
무고죄는 남을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면 성립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형법 제156조). 가볍지 않은 범죄이지만 요건도 그만큼 까다롭습니다.
대법원은 신고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증명만으로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406 판결). 혐의없음 이유에 증거 불충분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건 고소 내용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라 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무고가 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고, 신고한 사람이 그것을 알았거나 적어도 거짓일 수 있다고 인식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부풀린 고소와 지어낸 고소
신고의 핵심이 사실이고 일부를 과장했거나 법적 평가를 잘못한 정도라면 무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경향입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사기로 고소했는데 민사 문제로 결론 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없었던 일을 지어내거나,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사실을 꾸며 냈다면 무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고 고소를 준비할 때는 원사건 기록에서 고소인의 진술이 바뀐 지점, 객관적 자료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부분을 찾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고소인이 거짓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줄 메시지나 증인이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무고는 경찰이나 공소청(검찰청) 같은 수사기관에 한 신고만 대상이 아닙니다.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감독기관 같은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거짓을 신고한 경우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무엇을 신고했는지가 그래서 함께 따져집니다.
맞고소의 시점
원사건이 진행 중일 때 무고로 맞고소를 하면 합의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원사건 결론이 나올 때까지 판단이 미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송치나 불기소, 무죄가 확정된 뒤 그 기록을 근거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 입장, 즉 무고로 고소당한 쪽이라면 신고 당시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 줘야 합니다. 실제로 거짓 신고를 했다면 고소를 취소해도 무고죄는 남습니다. 다만 신고한 사건의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형법 제157조). 바로잡을 생각이라면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무고 때문에 유죄 판결까지 받았던 사람이라면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고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되면 원래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제3호).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형사 칼럼 더 보기
형사
합의, 언제 꺼내야 할까
합의금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합의를 시작하는 때입니다. 단계마다 합의가 갖는 의미와 서두를 때 생기는 문제를 적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형사
영장실질심사, 판사가 서류에서 찾는 것
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하루 남짓한 시간 안에 가족이 모으는 서류가 왜 중요한지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형사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의 3개월
고소했는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2026년 10월부터 생긴 이의신청 기한과 그 안에 해야 할 일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