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가족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면 안 되는 이유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19

자식이나 배우자가 사건에 휘말리면 가족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상담 자리에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무릎이라도 꿇겠다'고 하시는 부모님을 자주 뵙습니다.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진심이 받는 쪽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피해자 쪽에서 보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가족이 집 앞이나 직장에 찾아오는 순간 두려움부터 느낍니다.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에는 누가 올지 걱정합니다. 사과하러 간 방문이 피해자에게는 압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보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뒤로는 합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워집니다. 피해자의 주소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따로 문제 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그 방문을 수사기관에 알리면 기록에 남습니다. 거절했는데도 연락이 되풀이되면 스토킹이나 다른 범죄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사과의 뜻으로 보낸 긴 문자나 선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부담일 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증거로 남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보면

구속 여부를 정할 때 법원은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합니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보석에서도 피해자 등에게 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허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제95조 제6호). 가족의 접촉은 피의자 본인이 시킨 일이 아니어도 '피해자에게 영향을 주려 한다'는 사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증인으로 나올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러 가는 것은 더 위험합니다. 진술을 바꿔 달라는 뜻이 아니었어도, 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회유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재판을 앞둔 시점이라면 그 오해는 고스란히 피고인에게 돌아옵니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

  • 피해자 연락은 변호인을 통해 상대방의 뜻부터 확인하기
  • 사과 편지는 써 두되 전달할지, 어떻게 전할지는 변호인과 정하기
  • 피의자의 생활을 바로잡을 계획을 탄원서에 구체적으로 적기
  • 피해 회복에 쓸 돈을 미리 마련해 두기

피해자 측이 연락을 받아들이면 변호인이 합의 조건과 사과 방식을 조율합니다. 그때 가족이 쓴 편지가 함께 전달되면 진심이 오히려 더 잘 전해지기도 합니다. 순서만 바뀌어도 같은 사과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은 피의자의 생활을 지키는 일입니다. 직장을 잃지 않게 돕고, 술이나 도박처럼 사건의 원인이 된 문제가 있다면 치료나 상담을 함께 시작하세요. 그 기록이 재판에서도 의미 있는 자료가 됩니다.

가족의 도움은 앞에 나설 때보다 뒤에서 받쳐 줄 때 더 크게 작용합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뜻을 존중하는 것도 사과의 일부입니다. 기다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도움일 때도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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