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구형을 듣고 최후진술을 하는 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29증거조사가 끝나면 재판은 마무리 단계로 넘어갑니다. 검사가 사실과 법률 적용에 관한 의견을 밝히며 형을 구하고, 변호인이 최종 변론을 하고,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말합니다(형사소송법 제302조, 제303조). 이 날을 흔히 결심이라고 부릅니다. 재판 전체에서 피고인이 자기 말로 재판부에 직접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구형은 판결이 아닙니다
'징역 2년을 구형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다리가 풀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구형은 검사의 의견입니다.
형은 재판부가 증거와 양형 사정을 보고 따로 정합니다. 구형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되는 일은 드물지 않고, 실형이 구형된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구형이 가볍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그러니 구형을 듣고 표정이 무너지거나 검사 쪽을 향해 항의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그 순간의 태도도 봅니다. 남은 몇 분, 피고인이 직접 말할 기회가 아직 있습니다.
가족이 방청석에 온다면 이 점을 미리 말해 두세요. 구형 숫자에 놀란 가족이 동요하면 피고인도 함께 흔들립니다.
최후진술에 담을 것과 뺄 것
최후진술은 길 필요가 없습니다. 재판부는 이미 기록을 읽고 변론을 들었습니다. 피고인 입에서 듣고 싶은 것은 새로운 주장보다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입니다. 반성문에 쓴 문장을 그대로 다시 읽기보다, 그 내용을 지금의 내 말로 줄여 말하는 편이 더 와닿습니다.
-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말로 짧게
-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피해자가 법정에 있다면 더 조심스럽게
- 그동안 실제로 바꾼 것과 앞으로 바꿀 것
- 곁을 지켜 준 가족에 대한 한두 문장
변명처럼 들릴 말, 피해자 탓, 수사기관에 대한 불만은 뺍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같은 다짐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면 흘려듣기 쉽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최후진술도 달라집니다. 이때는 사실과 다른 부분을 담담하게 한 번 더 말하되, 감정보다 차분함을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종이에 적어 가도 됩니다
긴장하면 준비한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몇 문장을 종이에 적어 미리 소리 내어 읽어 보고, 법정에서는 그 종이를 보며 읽어도 괜찮습니다. 1분에서 2분이면 충분합니다. 목소리가 떨려도 상관없습니다.
또박또박 끝까지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고는 변호인에게 미리 보여 주세요. 다투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장이 섞여 있지 않은지, 변론과 어긋나는 말은 없는지 함께 확인합니다.
선고 기일은 결심한 날 정해지는데, 보통 몇 주 뒤로 잡힙니다. 그 사이 합의나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다면 자료를 낼 수 있지만, 변론이 끝난 뒤라 반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사정이 생기면 변론을 다시 열어 달라고 신청할지 변호인과 상의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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