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고소장은 억울함보다 사실로 씁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25고소장을 직접 써 와서 검토를 부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열 장이 넘는 고소장을 펼치면 첫 장은 대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얼마나 뻔뻔한지, 그동안 얼마나 참았는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수사관이 찾는 것은 그 문장들 사이에 묻혀 있는 사실입니다.
수사관은 요건을 찾습니다
수사관은 고소장을 읽으며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지, 그 요건마다 증거가 있는지를 봅니다. 사기라면 처음부터 속였는지, 속아서 돈을 건넸는지가 보여야 하고, 명예훼손이라면 언제 어디에 무슨 말을 했는지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감정이 담긴 형용사는 이 판단에 아무것도 더해 주지 않습니다.
- 언제: 날짜와 대략의 시각
- 어디서: 장소, 대화방이나 게시판 이름
- 누가 무엇을: 상대방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 그 결과: 피해 금액, 다친 정도
- 증거: 사실마다 붙인 증거 번호
죄명을 무엇으로 적을지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어떤 죄가 되는지는 수사기관이 판단합니다. 오히려 죄명을 여러 개 나열하면 정작 중요한 사실이 흐려집니다. 핵심 사실은 두세 쪽 안에 담고, 자세한 경위는 별지로 붙이는 편이 읽히기 쉽습니다.
부풀린 한 줄이 전체를 흔듭니다
억울한 마음에 금액을 조금 더 적거나, 기억이 흐린 대목을 확신하듯 쓰는 일이 생깁니다. 상대방이 그 부분 하나를 반박하는 자료를 내면 나머지 사실까지 믿기 어려워집니다.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고하면 무고죄가 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156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추측은 추측이라고 적는 편이 결국 고소인을 지킵니다.
증거는 사본을 붙이고 원본은 고소인 조사 때 가져가 보여 줍니다. 대화 캡처는 앞뒤 맥락이 보이게 넉넉히 붙이고, 녹음 파일이 있다면 녹취록을 함께 만들어 두면 수사관이 내용을 빨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돈을 돌려받으려는 고소라면
빌려준 돈을 못 받아 사기로 고소하려는 상담도 자주 받습니다. 돈을 빌릴 때부터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으면, 경찰은 민사 문제로 보고 불송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소장을 쓰기 전에 그 시점의 사정을 보여 줄 대화나 자료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형사 고소로 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처벌을 피하려고 변제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고, 돈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민사 절차를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두 절차를 함께 쓸지는 증거와 상대방의 재산 사정을 보고 정합니다. 상대방 재산이 빠져나갈 염려가 있다면 가압류 같은 보전 절차를 먼저 검토하기도 합니다.
좋은 고소장은 짧고 지루합니다. 수사관이 한 번 읽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 고소장은 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형사 칼럼 더 보기
형사
합의, 언제 꺼내야 할까
합의금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합의를 시작하는 때입니다. 단계마다 합의가 갖는 의미와 서두를 때 생기는 문제를 적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형사
영장실질심사, 판사가 서류에서 찾는 것
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하루 남짓한 시간 안에 가족이 모으는 서류가 왜 중요한지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형사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의 3개월
고소했는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2026년 10월부터 생긴 이의신청 기한과 그 안에 해야 할 일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