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채혈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측정거부라니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14단속 현장에서 “호흡은 못 믿겠으니 피를 뽑아 달라”고 말하는 운전자가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정확하게 재 달라는 요구였을 뿐인데, 조사를 받고 보니 죄명이 측정거부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 순서 하나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측정거부가 더 무거운 이유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가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실제 수치와 관계없이 적용되므로, 0.2퍼센트 미만으로 측정됐을 경우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운전 뒤 술을 더 마시는 음주측정방해행위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면허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면허는 반드시 취소되고, 생계형 감경 대상에서도 빠집니다. 결격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지만 사고를 냈거나 음주운전과 측정거부를 합쳐 2회 이상이면 2년입니다(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채혈은 호흡측정 다음 단계입니다
도로교통법은 먼저 호흡조사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는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로 다시 측정할 수 있게 정하고 있습니다(제44조 제2항, 제3항). 채혈은 불복 절차여서, 호흡측정 자체를 하지 않고 처음부터 채혈만 고집하면 측정거부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억울하더라도 일단 호흡측정에 응하고,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 뒤 채혈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몇 번 못 불었다고 바로 거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를 운전자가 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로 봅니다. 당시 언행과 태도, 경찰관이 측정을 요구한 경위와 방법, 적발보고서 같은 서류, 거부한 이유와 시간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16121 판결).
같은 판결은 음주측정기 측정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전 단계인 음주감지기 시험을 거부한 경우도 측정거부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감지기는 정식 측정이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반대로 운전하지 않았거나, 운전을 마치고 한참 지나 다른 곳에서 마신 술이라면 측정을 요구할 전제부터 다퉈 볼 수 있습니다.
폐 질환이나 부상으로 숨을 충분히 불어넣기 어려웠다면 진단서와 진료 기록으로 그 사정을 보여 줘야 합니다. 몇 번 시도했는지, 경찰관이 방법을 안내했는지, 각 시도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적어 두세요.
사고가 났다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를 내고 측정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이 예외에서 빠지므로, 사고 현장에서는 특히 측정 과정에서 오간 말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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