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죄송합니다'와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가 조서에 남으면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02

조서는 대화를 녹음한 기록이 아닙니다. 수사관이 묻고 피의자가 답한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어서, 말할 때의 표정이나 망설임은 빠지고 단어만 남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질문 뒤에 나왔는지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데, 정리 과정에서 그 맥락이 옅어지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예의로 하는 말이 조서 안에서는 인정의 문장으로 바뀌는 일이 그래서 생깁니다.

사과의 말에는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가 남지 않습니다

조사 내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분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미안하다는 뜻이었을 수 있지만, 조서에는 무엇이 죄송한지 없이 그 말만 적히기 일쑤입니다. 나중에 기록을 읽는 검사나 판사는 이를 행위를 인정한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 대상을 분명히 하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방이 불편을 느꼈다는 점에 대한 유감과, 추행을 했다는 인정은 서로 다른 문장입니다. 사과를 제대로 전하고 싶다면 조사실보다 나은 자리가 있습니다. 사건 방향을 정한 뒤 변호인을 통해 전하는 사과는 처분 단계에서 반성의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추측은 사실처럼 적힙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가능성을 말하는 대답입니다. 본인은 기억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인데, 조서에는 그런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정리되기 쉽습니다. 아래 표현은 사건의 성격과 상관없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취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 분위기상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 다들 그 정도는 하니까요

앞의 두 표현은 기억이 없는 부분을 인정으로 바꿔 놓습니다. 뒤의 두 표현은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거나, 행위를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짧게 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진술입니다. 짧은 답이 성의 없어 보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이 길게 이어지다 그렇지요로 끝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예라고만 답하면 질문 속 내용 전체를 인정한 것으로 적힙니다. 일부만 맞다면 어느 부분이 맞고 어느 부분이 다른지 나눠서 답하세요.

이미 그렇게 말했다면

조서는 서명하기 전에 고칠 수 있습니다. 진술한 대로 적히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고쳐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수사관은 그 이의를 조서에 추가로 적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변호인이 동석해 있다면 이런 표현이 나온 직후 의견을 내 바로잡을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서명했다면 그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변호인 의견서로 설명하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조사실에서 쓸 말은 짧고 구체적일수록 좋고, 연습 단계에서 이런 말버릇을 미리 찾아 고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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