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성범죄 조사, 조서에 서명하기 전 마지막 10분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2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출력한 조서를 건네며 읽어 보고 이상이 없으면 서명하라고 합니다. 이미 몇 시간을 앉아 있었고 머리는 지쳐 있습니다. 수사관이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서두르게 되는 때라, 많은 분이 앞장 몇 장만 넘겨 보고 마지막 장에 서명합니다.
이 장면이 아쉬운 이유는 조서가 그 뒤의 모든 단계에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송치 판단, 공소청(검찰청) 검사의 처분, 재판까지 같은 조서가 기록 앞쪽에 놓입니다. 법정에서 다른 말을 하면 왜 진술이 바뀌었는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읽을 권리와 고칠 권리
조서는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어야 하고, 피의자가 고쳐 달라고 하면 그 내용을 조서에 추가로 적어야 합니다. 이의를 제기한 원래 부분도 읽을 수 있도록 남겨 둡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고치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입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세요. 조서 열람은 서면으로 요청하면 총조사시간 12시간 제한의 예외로 인정되고, 심야조사 제한 아래에서도 자정 전까지는 열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수사준칙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1항). 변호인이 동석했다면 함께 읽으며 표현을 하나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신문 뒤 의견을 진술했다면 그 의견이 적힌 조서는 변호인에게도 열람하게 하고 서명을 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4항).
10분 동안 볼 곳
- 내가 쓰지 않은 단어가 들어간 문장
- 질문은 길고 답은 '예'로만 적힌 부분
- 시각, 횟수, 장소 같은 숫자
-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이 단정하는 문장으로 바뀌지 않았는지
- 마지막에 더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
성범죄 조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행위를 묘사하는 동사입니다. 스쳤다, 닿았다, 만졌다, 잡았다는 같은 접촉을 두고도 법적 평가를 다르게 만듭니다. 내가 실제로 쓴 단어로 적혔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10분의 값은 충분합니다.
피해자 진술을 요약해 들려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대목도 꼼꼼히 보세요. 그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면, 그 답이 피해자 진술을 받아들인 것처럼 정리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조서 끝에는 이의나 의견이 없다는 취지를 자필로 적고 간인한 뒤 서명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3항). 고쳐 달라고 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면, 그 요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조서에 남겨 달라고 하세요.
서명한 뒤에도 할 수 있는 일
이미 서명한 조서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사 직후 기억이 생생할 때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적어 두면, 오해가 생긴 부분을 변호인 의견서로 짚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추가 조사나 대질이 예정돼 있다면 첫 조서의 표현이 다음 질문의 출발점이 되므로, 그 전에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형사 칼럼 더 보기
형사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직접 선임하는 변호사, 무엇을 보고 정할까
성범죄 피해자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직접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사건에서 무엇이 맞는지 피해자 쪽에서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형사
혐의없음이 나왔다고 곧바로 무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나 불기소로 끝나도 무고죄는 별개의 문턱을 넘어야 성립합니다. 결정서의 이유를 읽는 법과 무고 고소의 시점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형사
고소당했다는데 몇 달째 조용할 때
상대방이 고소하겠다고 한 지 한참인데 경찰 연락이 없으면 불안만 커집니다. 연락이 늦는 이유와, 기다리는 동안 해 둘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