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조서에 서명하기 전, 열람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7.08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모니터를 돌려 보여 주거나 출력한 조서를 건넵니다. 이미 서너 시간을 앉아 있었으니 빨리 끝내고 나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마약 사건에서 나중에 가장 많이 후회하는 장면이 바로 이 마지막 몇십 분입니다.
조서는 내가 한 말의 요약입니다
조서는 녹취록이 아닙니다. 수사관이 묻고 들은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라, 말할 때의 뉘앙스가 빠지거나 단정적인 표현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두세 번 정도라고 한 말이 수회 투약한 사실이 있다로 적히는 식입니다. 수사관이 일부러 바꾼다기보다 말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조서를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고, 진술과 다르게 적힌 부분이 있으면 고쳐 달라고 할 수 있게 정하고 있습니다.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지우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남겨 두도록 되어 있습니다(제244조 제2항). 고쳐 달라는 요청은 권리이지 수사관에게 부탁하는 일이 아닙니다.
마약 사건 조서에서 먼저 볼 곳
- 투약이나 매수 날짜, 횟수, 금액이 말한 그대로 적혔는지
-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이 없다거나 했다로 바뀌지 않았는지
- 함께 있었던 사람의 이름과 역할이 내가 말한 범위를 넘지 않았는지
- 구했다, 받았다, 샀다, 건넸다 같은 동사가 정확한지
마지막 항목은 특히 중요합니다. 친구에게서 받았다와 친구에게 샀다는 적용 조문과 무게가 달라질 수 있고, 같이 나눴다는 말이 건네줬다로 읽히면 수수나 제공 문제가 따라옵니다. 조사 중에는 대수롭지 않게 들린 단어가 몇 달 뒤 공소장에서 그대로 쓰입니다.
시간이 늦었다면
수사준칙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조사를 원칙적으로 막지만, 이미 작성된 조서의 열람은 자정 전까지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제21조 제1항). 서면으로 요청하면 열람 시간은 총 조사시간 12시간 제한의 예외로 둡니다(제22조 제1항 제1호). 늦었다고 서둘러 서명할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변호인이 동석했다면 열람도 함께 합니다. 고칠 곳을 표시하고 문장을 함께 다듬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니, 조사 일정을 잡을 때부터 열람 시간을 넉넉히 계산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기억나는 질문과 답을 그날 안에 따로 적어 두세요. 다음 조사에서 앞선 진술과 어긋나지 않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서명한 뒤에 떠올랐다면
집에 와서야 잘못 적힌 곳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넘기지 마세요. 다음 조사에서 바로잡아 달라고 하거나 진술서나 변호인 의견서로 정정할 수 있습니다. 수사 중에도 본인의 진술이 적힌 부분은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어서(수사준칙 제69조 제1항), 첫 조서가 어떻게 적혔는지 확인한 뒤 다음 조사를 준비하는 데 씁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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