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실손보험 영수증 항목을 바꿔 준 병원의 책임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1.18"실손 청구가 되게 써 주실 수 있나요?" 피부과, 정형외과, 통증 클리닉 접수대에서 드물지 않게 오가는 말입니다. 미용 목적 시술을 도수치료나 다른 치료로 바꿔 적어 주는 일은 환자를 위한 배려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법은 이것을 보험사기의 한 형태로 봅니다.
보험금을 '받게 한' 사람도 처벌됩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받게 한 사람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실제 보험금은 환자가 받았더라도, 사실과 다른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만들어 준 병원은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함께 수사받을 수 있습니다.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는 병원이 작성 주체인 서류여서, 거기에 적힌 진료명은 병원이 확인해 준 사실로 읽힙니다.
환자가 먼저 부탁했다는 사정은 책임을 없애 주지 않습니다. 같은 방식이 여러 환자에게 반복됐다면 병원 단위의 수사로 커지기 쉽습니다.
수사는 대개 보험사에서 시작합니다
보험사는 한 병원에서 비슷한 진료명과 금액의 청구가 몰리면 그 병원을 따로 살핍니다. 환자에게 실제로 받은 시술을 묻거나, 병원 홈페이지의 시술 가격표와 청구된 진료명을 비교하는 식입니다. 환자 한 명의 진술이 병원 전체의 영수증 발급 방식을 드러내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보험사 직원이 진료기록 사본을 요청해 오면 환자 본인의 동의서가 갖춰졌는지부터 확인하고, 무엇을 내줬는지 목록을 남겨 두세요.
환자 역시 보험금을 받은 사람으로서 같은 조항의 처벌 대상입니다. 그래서 조사가 시작되면 환자들은 병원이 먼저 권했다고 말하기 쉽고,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가 병원의 가담 정도를 가르는 쟁점이 됩니다. 상담 실장이 환자들에게 보낸 안내 문자나 상담 메모가 그대로 증거로 쓰이는 이유입니다.
건강보험 청구와 겹치면 더 커집니다
비급여로 받은 진료를 실손용 영수증에 다른 이름으로 적은 데서 그치지 않고 일부를 건강보험에 급여로 청구했다면, 공단에 대한 사기나 부당청구가 함께 문제 됩니다. 이때는 현지조사 환수와 업무정지, 보험사 고발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도수치료와 미용 시술을 함께 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각각의 시술이 진료기록과 치료 경과에 따로 남아 있는지, 금액이 실제 시술 내용과 맞는지를 보여 주면 허위 영수증이라는 주장에 답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발급한 영수증을 나중에 고치거나 진료기록을 영수증에 맞춰 바꾸면 진료기록 거짓 작성이라는 혐의가 하나 더 붙습니다. 걱정되는 발급 건이 있다면 손대기 전에 어떤 자료가 남아 있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앞으로의 발급은 실제 진료 내용과 그대로 맞추면 됩니다. 접수대에서 가볍게 쓰는 '실비 처리'라는 말이 수사 기록에서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점도 직원들과 공유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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