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괴롭힘 가해자로 원장이 지목됐을 때 법이 요구하는 것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1.15

병원은 좁은 공간에서 긴 시간 함께 일하는 곳이라 말 한마디가 쌓여 신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실장이나 수간호사가 지목되는 경우도 있지만, 원장 본인이나 함께 일하는 원장 가족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많은 분이 '사용자인 내가 지목됐는데 누가 조사를 하느냐'에서 멈춥니다.

신고를 받으면 판단보다 조사가 먼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를 받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합니다. 괴롭힘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조사가 끝난 뒤의 일입니다.

법이 말하는 괴롭힘은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제76조의2). 환자 앞에서 큰소리로 질책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심부름을 반복해 시키는 일이 흔히 문제 되지만, 정당한 업무 지시와 지적까지 괴롭힘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경계를 가리는 것이 조사의 몫입니다.

조사 기간에는 필요하면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같은 조치를 해야 하고, 그 직원의 뜻에 반하는 조치는 할 수 없습니다. 같은 진료실에서 계속 마주치게 두는 것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부서 이동도 모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원장이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사용자 본인이 괴롭힘을 한 경우에도 조사 의무는 그대로이고, 괴롭힘이 확인되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입니다(제116조 제1항). 이 조항은 사용자의 친족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이 같은 사업장의 근로자로 일하며 괴롭힘을 한 경우도 포함합니다. 조사·조치 의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입니다.

원장이 스스로 조사하면 결과가 어떻든 누구도 믿기 어렵습니다. 외부 노무사나 변호사에게 조사를 맡기고,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도 피해 직원의 의견을 들은 뒤에 정하는 편이 뒤탈이 적습니다.

신고한 직원을 내보내면 형사 문제가 됩니다

신고한 직원이나 피해 직원에게 해고 같은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제109조, 제76조의3 제6항).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신고 직후 계약 만료를 통보하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는 조치는 원래 계획된 일이었다 해도 보복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시점이 겹친다면 그 결정이 신고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자료를 갖춰 두어야 합니다.

상시 근로자 4명 이하 의원에는 이 조항들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다툼이 사라지지는 않아서, 문제가 민사 손해배상이나 형사 고소로 옮겨 가기도 합니다. 규모가 작은 의원이라도 신고를 받을 사람과 처리 순서를 미리 정해 두면, 막상 신고가 들어왔을 때 허둥대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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