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퇴사 뒤 날아온 횡령 고소장, 금액부터 쪼개 보세요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11업무상횡령 고소는 퇴사 무렵에 몰립니다. 갈등 끝에 회사를 나오고 몇 달 뒤, 회사가 회계 자료를 다시 맞춰 보다가 고소장을 내는 흐름이 흔합니다. 고소장에는 보통 큰 금액 하나가 적혀 있고, 그 숫자를 처음 본 분들은 당황해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하십니다.
하나의 숫자 안에 여러 거래가 섞여 있습니다
회사가 주장하는 금액에는 실제 업무에 쓴 돈, 회사가 알고 허락한 가지급, 이미 정산한 돈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 작업은 이 숫자를 거래 하나하나로 해체하는 일입니다.
- 계좌 이체, 법인카드 결제, 현금 수금을 따로 나눈 목록
- 건마다 사용처와 결재·보고 여부
- 급여 공제나 사후 정산으로 이미 처리된 부분
- 당시 상사나 대표와 주고받은 메시지
이렇게 나눠 보면 다툴 금액과 인정할 금액이 갈립니다. 횡령액이 줄면 처분과 형량이 달라지고, 이득액이 5억원을 넘는지에 따라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는지도 바뀝니다.
보관자였는지, 내 것처럼 쓰려 했는지
업무상횡령은 회사를 위해 돈이나 물건을 맡아 관리하던 사람이 그것을 자기 것처럼 처분해야 성립하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56조). 이체 권한이 없었거나 대표의 지시를 집행만 했다면 보관자의 지위나 고의부터 다툴 수 있습니다.
대표가 시켜서 처리한 일인데 나만 고소됐다는 상담도 자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면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수 있고, 이때는 지시 메시지와 결재 기록, 돈이 실제로 흘러간 곳을 보여 주는 자료가 중심이 됩니다. 오래된 일일수록 자료가 회사에만 남아 있으니, 수사기관에 회계 자료 확인을 요청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합니다.
나중에 채워 넣으려 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면 회사의 정산 관행이나 급여 공제 약정처럼 쓰는 것을 허락받았다고 볼 자료가 있으면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밀린 월급 대신 회사 돈을 가져가는 것도 횡령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임금은 따로 청구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사가 형사 고소와 함께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 절차에서 한 설명이 서로 어긋나면 어느 쪽에서든 신빙성을 잃기 쉬우니, 처음부터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같은 사실관계를 말하도록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확인서에 서명하기 전에
고소 전에 회사가 횡령을 인정한다는 확인서나 각서를 요구하는 일이 있습니다. 금액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명하면 그 문서가 수사에서 자백처럼 읽힙니다. 금액과 문구를 확인할 시간을 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변제는 처분에 크게 반영됩니다. 다만 업무상횡령은 회사가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가 이어지는 죄라서, 합의서에는 변제 금액과 함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오래전 일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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