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회생을 결심했다면 지인 돈부터 갚지 마세요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7.27

"다른 건 몰라도 친구 돈은 먼저 갚고 시작하고 싶어요." 회생이나 파산을 결심한 분들께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은행보다 사람에게 진 빚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신청을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그 마음을 잠시 접어 두셔야 합니다.

법원은 모든 채권자를 같은 줄에 세웁니다

회생과 파산은 갚을 수 없게 된 사람의 재산과 소득을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신청 직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갚은 기록이 있으면 법원은 그 돈이 다른 채권자에게 돌아갔어야 할 몫이라고 봅니다.

개인회생에서는 그렇게 빠져나간 돈이 청산가치에 더해져 변제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파산에서는 관재인이 그 변제를 부인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결국 친구는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가 되고, 나는 법원에 그 경위를 해명해야 합니다. 도우려던 사람을 오히려 곤란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갚는 대신 할 수 있는 일

지인 빚도 채권자목록에 올리면 다른 빚과 같은 기준으로 변제금을 나눠 받습니다. 목록에 오르면 그 지인에게 법원 서류가 가니, 서류가 도착하기 전에 사정을 직접 설명해 두는 편이 관계를 지키는 데 낫습니다. 처음부터 몰래 갚을 생각이었던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순서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면 대부분 이해합니다.

지인 빚을 목록에 올리지 않고 나중에 따로 갚겠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목록에서 뺀 빚은 면책되지 않고(같은 법 제625조 제2항 제1호), 일부러 뺐다면 허위 서류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면책을 받은 뒤 그 지인에게 갚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법이 정한 순서를 지키는 것이 지인을 위해서도 낫습니다.

가족이 내 빚에 보증을 선 경우는 따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면책을 받아도 보증인의 책임은 남기 때문에(같은 법 제625조 제3항, 제567조) 채권자는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증인도 갚기 어렵다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절차를 밟을지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갚았다면 숨기지 마세요

벌써 송금했다면 감추기보다 날짜, 금액, 이유를 정리해 상담 때 말씀해 주세요. 오래전에 빌린 돈을 약속한 날짜에 갚은 것인지, 신청을 앞두고 급히 갚은 것인지에 따라 설명할 방법이 달라집니다. 숨겼다가 보정 과정에서 드러나면 그 거래 하나보다 신뢰를 잃는 쪽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파산에서는 정도가 심하면 문제가 더 커집니다. 채권자를 해칠 목적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불리하게 처분한 행위는 사기파산죄(같은 법 제650조)가 될 수 있고, 이는 면책불허가 사유이기도 합니다(같은 법 제564조 제1항 제1호). 대부분의 편파변제는 이 정도까지 가지 않지만, 해명은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집이나 차에 담보가 잡힌 대출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담보물을 지키려면 따로 계속 내야 할 수 있어 상담에서 나눠 정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민사 칼럼 더 보기

민사

회사 문을 닫기로 했다면 대표가 먼저 챙길 서류

법인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대표는 채권자와 직원, 자기 보증 문제를 한꺼번에 떠안습니다. 통장이 막히기 전에 모아 둘 서류와 지금 멈춰야 할 거래, 직원에게 알려 줄 것을 정리했습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