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회사가 기울 때 먼저 갚은 돈은 왜 되돌려지나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09회사가 어려워지면 대표님들은 고마운 사람부터 챙기고 싶어집니다. 오래 거래한 협력업체, 급할 때 돈을 빌려준 지인,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 같은 곳입니다. 마음은 이해되지만, 파산을 앞둔 시점의 이런 변제는 나중에 고스란히 되돌려질 수 있습니다. 부인권 때문입니다.
부인권이 겨냥하는 행위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위해 다음과 같은 행위를 부인할 수 있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이익을 받은 쪽이 사정을 몰랐다면 부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
-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이 있은 뒤에 한 담보 제공이나 변제
- 지급정지나 파산신청 전 60일 안에 의무 없이, 또는 의무와 다른 방법이나 시기로 한 담보 제공이나 변제
- 지급정지나 파산신청 뒤 또는 그 전 6개월 안에 한 무상행위
부인되면 빠져나간 재산은 파산재단으로 돌아옵니다. 먼저 돈을 받은 거래처나 지인은 받은 것을 돌려주고 다른 채권자와 함께 배당을 기다리는 처지가 됩니다. 대표님이 챙기려던 사람에게 결국 소송이라는 짐을 지우는 셈입니다.
개인 사건에서도 원리는 같습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신청 직전 특정 채권자에게만 갚은 돈이 청산가치에 더해져 변제금이 올라갈 수 있고, 다른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자로 하여금 부인권을 행사하도록 명해 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제584조 제3항). 회사든 개인이든 채권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하는 제도입니다.
형사 문제로 번지는 경계
자기나 남의 이익을 꾀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손괴하거나 채권자에게 불이익하게 처분하고, 그 파산선고가 확정되면 사기파산죄가 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650조 제1항). 상업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적거나 숨기는 행위도 같은 조에 들어 있습니다. 부인권은 재산을 되돌리는 민사 문제지만, 목적과 방법에 따라 형사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관재인의 설명 요청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설명하는 것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제658조). 숨기는 것보다 먼저 털어놓는 편이 언제나 낫습니다.
파산을 생각하기 시작한 날부터
그래서 파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특정 채권자에게만 먼저 갚는 일, 회사 차량·설비·재고를 가족이나 관계 회사로 넘기는 일, 회사 계좌의 돈을 대표 개인 계좌로 옮기는 일은 멈추고 상의해야 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진 뒤 대표가 회사에 넣어 둔 가수금부터 돌려받는 것도 편파변제로 부인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한 거래가 있다면 감추기보다 거래 시점, 받은 대가, 그 돈이 간 곳을 자료로 정리해 관재인에게 먼저 설명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상적인 값을 받고 판 거래였다면 계약서와 입금 내역이 가장 좋은 설명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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