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어도 면책되는 경우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5.13파산 사건에서 의뢰인이 가장 오래 망설이는 대목은 대개 과거의 한두 거래입니다. 몇 년 전 판 자동차, 신청 직전 카드로 산 물건, 도박으로 날린 돈 같은 것입니다. 이런 사정이 있으면 면책은 끝이라고 단정하는 분이 많은데, 조문은 그렇게 짜여 있지 않습니다.
원칙은 허가, 사유는 법에 적힌 것만
법원은 법이 정한 사유가 없으면 면책을 허가해야 합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4조 제1항). 사유는 재산 은닉 같은 파산범죄에 해당하는 행위, 파산선고 전 1년 안에 형편을 속이고 신용으로 재산을 얻은 일, 허위 채권자목록이나 재산에 관한 거짓 진술, 파산 면책 7년·개인회생 면책 5년 안의 면책 이력, 채무자 의무 위반, 구인명령을 알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일, 과다한 낭비·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로 재산을 크게 줄이거나 빚을 크게 늘린 일입니다. 구인 불응(제5호의2)은 2024. 12. 20. 개정으로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유가 있어도 법원은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면책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이를 재량면책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다투는 것은 사유가 있느냐보다, 있다면 재량면책을 받을 만한 사정이 있느냐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이 그은 선
대법원은 면책불허가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요구한 사항 전부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파산절차 진행에 필수적인 내용으로 한정된다는 판단도 함께 했습니다(대법원 2024. 3. 14.자 2023마6044 결정). 자료 일부를 늦게 냈다는 사정만으로 면책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같은 해 말에는 관재인의 금전 납부 권유에 관한 판단도 나왔습니다. 환가할 재산이 없거나 아주 적은 경우, 부인 대상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재인이 파산재단에 돈을 넣으라고 권유해서는 안 되고, 권유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책 심사에서 불리하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4. 12. 26.자 2024마6789 결정).
재량면책을 구할 때 보여 줄 것
법원은 빚이 생기고 늘어난 경위, 문제 된 행동의 내용과 정도, 그 행동을 멈췄는지, 지금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의견서는 변명보다 시간순 기록에 가깝게 씁니다. 도박이나 낭비가 있었다면 시작과 중단 시점, 규모, 치료나 상담 기록, 이후의 소득과 지출을 자료로 붙입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사정을 꾸며 설명하는 일입니다. 거래내역과 어긋나는 진술은 그 자체로 거짓 진술 사유가 됩니다. 있었던 일은 인정하고, 왜 그렇게 됐는지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 주는 편이 재량면책에 가깝습니다. 면책 여부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제564조 제4항).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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