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면책을 받았는데 다시 압류가 들어왔다면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8.09면책결정을 받고 몇 달 뒤, 예전 채권자가 오래된 판결문으로 통장을 압류했다며 연락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면책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그 빚이 면책된 빚인지, 면책되지 않고 남는 빚인지입니다.
면책돼도 남는 채권
파산 면책을 받아도 조세, 벌금·과태료 등,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중대한 과실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손해배상,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적지 않은 청구권, 양육자나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할 비용은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개인회생 면책도 비슷한 채권들을 제외합니다(제625조 제2항).
사고 배상금은 경위에 따라 갈립니다. 중대한 과실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해친 손해배상은 남지만, 중대한 과실이 아니었거나 물건만 망가뜨린 사고라면 면책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밀린 양육비는 회생과 파산 모두에서 남으므로 면책 뒤에도 갚을 계획을 따로 세워야 합니다.
목록에서 빠진 빚, 회생과 파산의 차이
가장 큰 차이는 목록에서 빠뜨린 채권입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채권자목록에 적지 않은 채권이 면책되지 않습니다(제625조 제2항 제1호). 실수로 빠뜨렸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파산은 채무자가 악의로 적지 않은 채권만 면책에서 빠집니다(제566조 제7호). 대법원은 채무자가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과실로 빠뜨렸더라도 악의에 해당하고, 채무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모른 데 과실이 있어도 면책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채권자가 파산선고 사실을 알았다면 이 예외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면책된 빚으로 압류가 들어오면
면책된 채무인데도 채권자가 예전 판결문이나 지급명령으로 강제집행을 하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면책결정 확정증명을 보여 주고 집행을 거둬 달라고 요구하고, 그래도 계속하면 청구이의의 소를 내면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합니다(민사집행법 제44조). 면책은 판결 뒤에 생긴 사유라 청구이의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통장이 묶였다면 소송과 별도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야 돈을 쓸 수 있으니 서두르는 편이 좋습니다.
채권자가 비면책을 주장할 때
반대로 채권자가 처음부터 속여서 빌렸으니 고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이라 면책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빌리고 갚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는 불법행위가 되지 않고, 빌릴 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정이 드러나야 합니다. 채무자 쪽에서는 빌린 경위, 그 뒤 일부라도 갚은 내역, 형편이 나빠진 시점을 자료로 보여 줍니다.
이런 다툼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청 단계에서 목록을 빠짐없이 만드는 것입니다. 오래된 판결이나 다른 회사로 넘어간 채권까지 신용정보 조회와 받은 서류로 찾아 적어 두면, 면책 뒤에 같은 일이 다시 생길 여지가 줄어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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