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소변 채취에도 영장이 필요한 이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3마약 사건의 상당수는 소변이나 모발 검사에서 시작합니다. 수사관이 집에 찾아와 소변을 받아 가겠다고 하면 대부분 당황한 채 그대로 응합니다. 그런데 이 순간이 법적으로 어떤 성격이었는지, 즉 본인이 스스로 낸 것인지 영장으로 강제한 것인지는 나중에 의외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동의가 없으면 영장이 필요합니다
소변을 몸 밖으로 받아 내는 일은 신체에 대한 강제처분입니다. 대법원은 피의자의 동의 없이 소변을 채취하려면 감정허가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 모발도 같은 원리로,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영장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보통 임의제출부터 요청합니다.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본인 의사로 내는 것이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부하면 영장을 받아 강제로 채취할 수 있고, 그 사정이 구속 판단 등에서 불리하게 읽힐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모발은 소변보다 긴 기간의 사용을 보여 주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부위에서 얼마나 길게 잘라 갔는지에 따라 확인되는 기간이 달라지므로, 채취한 부위와 길이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채취 경위가 증거능력을 가릅니다
영장이 필요한 상황인데 영장 없이, 그것도 진정한 동의 없이 채취됐다면 그 감정 결과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동의가 있었는지는 서면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지, 채취 당시 상황이 사실상 강요에 가까웠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영장이 있었다면 영장에 적힌 범위와 집행 방식이 맞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채취 뒤의 봉인과 인계 과정도 따져 볼 부분입니다. 검체가 바뀌거나 섞일 여지가 없었는지는 채취·봉인·인계 기록으로 확인되므로, 그날 어떤 서류에 서명했는지 기억나는 대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채취한 날짜와 장소, 함께 있던 수사관
- 영장을 보여 줬는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했는지
-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지
- 봉인하는 장면을 봤는지, 확인 서명을 했는지
증거능력과 사실관계는 따로 준비합니다
채취 절차를 다투는 것과 사실관계를 어떻게 진술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감정 결과가 증거에서 빠지더라도 다른 증거가 남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절차를 다투면서 사실관계 진술을 소홀히 하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인정할 것과 다툴 것을 나눠 두는 일이 함께 가야 합니다.
간이시약검사는 현장에서 반응만 보는 검사이고 성분은 정밀감정으로 확인합니다. 간이검사 결과만 듣고 성급하게 진술하기보다, 정밀감정 결과와 채취 경위를 함께 확인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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