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하자 항변이 예상될 때 지급명령보다 소송이 나을 수 있습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8.24

공사대금을 못 받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절차는 지급명령입니다. 서류로만 진행되고 인지대도 소송보다 적으니 일단 해 보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상대방이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되어 판결처럼 집행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이의가 확실하다면 돌아가는 길이 됩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이의할 것이 거의 분명한 경우입니다. 건축주가 이미 하자를 이유로 잔금을 미루고 있거나, 추가공사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면 지급명령에 이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의가 들어오면 사건은 소송으로 넘어가고, 법원은 소송 인지대와의 차액을 내라는 보정명령을 보냅니다. 정한 기간 안에 보정하지 않으면 신청이 각하됩니다(제473조).

이런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소장을 써서 청구원인과 증거를 정리해 내는 편이 시간을 아끼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자나 추가공사가 쟁점이 되면 어차피 감정이 필요하고, 감정 신청도 소송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소장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 주장의 약한 부분이 미리 드러나는 것도 장점입니다.

반대로 하자 금액이 크지 않고 상대방의 이의가 시간 끌기에 가까워 보인다면 지급명령으로 시작해도 손해는 크지 않습니다. 이의가 들어오면 그때 소송에서 하자 항목을 정리하면 됩니다.

지급명령이 맞는 사건

  • 금액이 확정돼 있고 상대방이 금액을 인정한 문자나 확인서가 있는 경우
  • 상대방이 돈이 없다고만 할 뿐 공사 내용은 다투지 않는 경우
  • 상대방 주소가 분명해 송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

상대방이 주소지에 없어 공시송달이 필요해지면 지급명령으로는 진행할 수 없고 소송으로 바꿔 진행해야 합니다(제462조 단서, 제466조). 내용증명이 폐문부재로 돌아왔다면 이 점도 함께 고려합니다. 계약서에 중재 조항이 있는지도 미리 보세요. 중재 합의가 있는 분쟁에 소송을 내면 상대방 항변에 따라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중재법 제9조).

지급명령 신청서에도 청구원인을 적어야 합니다. 계약일과 공사 내용, 총공사대금과 받은 금액, 남은 금액을 날짜순으로 적고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상대방이 금액을 인정한 문자를 붙입니다. 이 서류가 잘 정리돼 있으면 상대방이 이의하더라도 소송에서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법원 우편을 놓치지 마세요

지급명령을 신청한 뒤 이사를 했거나 사무실을 옮겼다면 법원 우편을 받지 못해 보정 기간을 넘기는 일이 생깁니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에서 사건번호로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우편을 받을 주소를 법원에 신고해 두세요. 각하되면 다시 낼 수는 있지만 그 사이 시효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절차를 고르든 상대방 재산을 미리 묶어 두는 가압류는 따로 검토합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거나 판결을 받는 사이에 상대방 재산이 사라지면 이긴 서류만 손에 남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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