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턴키 공사라 증액은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면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17

일괄입찰, 흔히 턴키라고 부르는 공사는 시공사가 설계까지 맡습니다. 그래서 발주기관은 설계가 바뀌어도 시공사 몫이라며 증액 요청을 돌려보내곤 합니다. 원칙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법령에는 그 원칙의 예외가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원칙과 예외

대안입찰이나 일괄입찰로 계약한 대형공사는 설계를 변경해도 정부에 책임 있는 사유나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이 아니면 계약금액을 늘릴 수 없습니다(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1조 제1항). 거꾸로 읽으면 정부 책임 사유와 불가항력은 증액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계약 전 단계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실시설계적격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계약 체결 전에 실시설계를 바꿨다면, 계약 뒤 즉시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법령이 드는 사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 민원, 환경·교통영향평가, 관련 법령의 인허가 조건 때문에 실시설계를 바꿔야 하는 경우
  • 발주기관이 기본계획서·입찰안내서·기본설계서에 없던 사항을 요구한 경우
  •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나 기술자문위원회가 실시설계 심의에서 변경을 요구한 경우

늘어난 공사량의 단가

이렇게 조정할 때 늘어난 공사량의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 단가와 산출내역서 단가 사이에서 협의하고, 협의가 안 되면 두 단가를 합한 금액의 100분의 50으로 합니다. 산출내역서에 없는 신규비목은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로 합니다(같은 조 제3항).

변경 항목을 쪼개서 봅니다

턴키 공사의 설계변경은 대개 여러 원인이 섞여 있습니다. 시공사가 스스로 설계를 보완한 부분과 발주기관이 입찰안내서에 없던 것을 요구한 부분을 한 덩어리로 청구하면, 전부 시공사 책임으로 정리되기 쉽습니다. 변경 항목마다 근거 문서를 붙여 발주기관 요구에 해당하는 부분을 따로 떼어 내야 합니다.

정부 책임 사유라는 말은 넓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발주기관이 무엇을 언제 요구했는지로 증명합니다. 지반조사 자료가 실제와 크게 달랐다거나, 발주기관이 다른 기관과 협의를 늦춰 설계를 바꿔야 했다는 사정은 날짜가 찍힌 문서로 보여 줘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담당자가 바뀌면 그런 문서를 다시 받기 어렵습니다.

회의록에 남은 발주기관 담당자의 요청, 심의위원회 의견서, 인허가 조건 통보서가 그 근거가 됩니다. 증액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더라도 항목별로 다시 나눠 보면 청구할 수 있는 부분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정 신청 시기도 놓치면 안 됩니다.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준공대가를 받기 전에 신청해야 하므로(공사계약일반조건 제20조 제10항), 협의가 길어지더라도 신청서는 먼저 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불가항력으로 공사가 늦어지거나 피해가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로 발생 즉시 발주기관에 통지하고 피해 내역을 남겨 두어야 나중에 증액 사유로 인정받기 쉽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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