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유치권을 지키는 현장 관리, 현수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17공사대금을 못 받아 건물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거는 현장을 자주 봅니다. 현수막은 출발점일 뿐이고, 법원이 보는 것은 실제로 다른 사람의 출입을 막고 건물을 관리하고 있었느냐입니다. 현수막만 걸어 두고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면 점유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점유를 보여 주는 기록
- 출입문 잠금장치와 열쇠 관리 기록
- 경비 용역 계약서와 근무 일지
- 날짜가 보이는 현장 사진을 정기적으로
- 전기·수도 사용과 요금 납부 기록
- 점유를 시작한 날을 보여 줄 열쇠 인수 기록이나 공문
경비 업체에 관리를 맡긴다면 계약서에 누구를 위해 점유하는지를 분명히 적어 두세요. 그래야 나중에 점유 주체를 두고 다투지 않습니다. 하청업체라면 원청이나 건축주의 점유와 겹치는 경우가 많으니 우리 회사의 점유 기록을 따로 남깁니다. 사진은 같은 위치에서 같은 구도로 정기적으로 찍어 두면 점유가 끊기지 않았다는 흐름을 보여 주기 좋습니다.
점유를 시작한 날은 특히 중요합니다. 경매개시결정 등기로 압류 효력이 생긴 뒤에 채무자에게서 점유를 넘겨받았다면 경매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계약일이나 공사 시작일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을 장악한 날을 보여 줄 자료를 처음부터 챙겨 두세요.
하면 안 되는 일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 건물을 사용하거나 빌려주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324조 제2항). 현장을 지키는 김에 사무실로 쓰거나 일부를 임대하면 유치권 소멸을 청구당할 수 있습니다. 이미 건축주에게 열쇠를 넘겨 입주한 건물에 다시 몰래 들어가는 것도 유치권을 되살리지 못하고 형사 문제만 만듭니다.
공사를 끝내고 이미 건물을 넘겨준 업체가 뒤늦게 유치권을 행사하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열쇠를 넘겨 상대방이 영업하고 있다면 지금 와서 유치권을 주장하기 어렵고, 동의 없이 문을 잠그거나 영업을 막으면 업무방해 같은 형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지급명령이나 소송, 가압류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출입을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나 폭언이 생기면 그 자체로 다른 분쟁이 됩니다. 마찰이 예상되는 날에는 사진과 영상을 찍을 사람을 미리 정해 두고, 상대방이 강제로 들어오려 하면 경찰에 신고해 기록을 남깁니다.
지키는 동안 따로 할 일
유치권은 버틸 수 있는 권리일 뿐 돈을 우선 배당받는 권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동안에도 공사대금 시효는 흐릅니다(민법 제326조). 현장을 지키는 것과 별개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진행하고, 건축주의 다른 재산에 가압류를 걸어 두어야 합니다. 경매가 시작됐다면 매각기일 전에 집행법원에 유치권 신고를 하되, 계약서와 정산 자료로 뒷받침되는 금액만 적습니다.
부풀린 금액으로 신고하면 경매방해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점유를 이어가는 데 드는 경비 인건비와 관리비도 생각보다 큽니다. 몇 달 이상 이어질 것 같다면 그 비용과 청구 금액을 비교해 저당권설정청구(민법 제666조)나 가압류처럼 다른 담보 수단이 나은지도 따져 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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