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자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하지 못하는 이유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19

하자소송을 준비하는 단지에 가면 채권양도서와 인감증명서를 걷는다는 안내문이 붙습니다. 내 권리를 넘기라니 찜찜하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이 서류가 왜 필요한지는 하자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서 출발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보수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의 주인이 다릅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담보책임기간 안에 생긴 하자에 대해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 관리단이 사업주체에게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37조 제1항). 그러나 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집합건물법 제9조에 따라 각 구분소유자에게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보수를 요구하는 창구는 될 수 있어도, 돈으로 배상받을 권리의 주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으로 보수비를 받으려면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고, 시공사·분양자에게 양도 사실을 통지해야 합니다. 법원은 양도받은 세대의 비율만큼 공용부분 배상을 인정하므로 양도율이 곧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영향을 줍니다. 양도서를 걷는 일이 소송 준비의 큰 몫을 차지하는 이유입니다.

상대방을 정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은 분양자와 시공자에게 담보책임을 지우면서, 시공자의 손해배상책임은 분양자가 회생·파산을 신청했거나 해산했거나 배상할 자력이 없는 경우 등에만 인정합니다(제9조 제3항). 분양 시행사가 사업을 마치고 사라진 단지라면 이 요건을 먼저 확인해야 시공사를 상대로 한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집을 판 사람과 산 사람

입주 뒤 집이 팔렸다면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요.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의 구분소유자가 하자담보 권리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1다47733 판결). 양도서는 지금 소유자에게서 받아야 하고, 매매 과정에서 권리를 따로 남겨 두기로 약정했는지도 확인합니다.

다만 담보책임기간은 소유자가 바뀌어도 처음 인도일이나 사용검사일부터 계속 흐릅니다. 새 소유자라고 기간을 새로 계산해 주지 않으니, 매수 시점에 이미 끝나 가는 하자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양도서를 내기 전에 확인할 것

  • 양도하는 권리의 범위가 공용부분인지 전유부분까지인지
  • 변호사 보수와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
  • 판결금이나 조정금을 세대에 어떻게 배분하는지
  • 양도하지 않으면 내 몫을 직접 청구해야 한다는 점

양도는 각자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양도하지 않은 세대의 몫은 그 소송에서 빠지고, 담보책임기간도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인감증명서는 양도서가 본인 의사로 작성됐다는 점을 보이거나 배상금을 나눌 때 쓰이는 경우가 많으니, 어떤 서류에 쓰이는지 물어보고 내시면 됩니다.

양도 통지만으로는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지 않은 판결도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0다28840 전원합의체 판결). 기간이 임박한 하자는 양도 절차와 별도로 하자를 특정한 보수 청구 서면을 먼저 보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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