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낙찰받은 건물에 유치권 현수막이 걸려 있을 때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20경매로 건물을 낙찰받고 잔금까지 냈는데 현장에 가 보니 공사업체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출입을 막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유치권 신고가 적혀 있었다면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막상 마주하면 당황스럽습니다. 신고가 있었다고 유치권이 인정된 것은 아니니 차분히 요건부터 확인합니다.
날짜 두 개를 비교합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경매개시결정 등기일과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점유 시작일입니다. 경매개시결정 등기로 압류 효력이 생긴 뒤에 채무자에게서 점유를 넘겨받아 생긴 유치권은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반대로 그 전부터 적법하게 점유해 왔다면 매수인이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을 집니다(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현황조사서는 경매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행관이 현장에 갔을 때 누가 있었는지, 유치권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지가 적혀 있어 점유 다툼의 첫 자료가 됩니다.
- 경매개시결정 등기일(등기사항증명서)
- 집행관 현황조사서에 적힌 점유 상태
- 유치권 신고서에 적힌 점유 시작일과 금액
- 유치권자의 공사계약서와 정산 자료
점유와 채권도 따져 봅니다
현황조사 당시 아무도 현장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건축주가 이미 입주해 쓰고 있었다면 점유가 없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 자체가 부풀려졌거나 이미 시효가 지났다면 그 점도 함께 주장합니다. 건물 신축 공사대금으로 토지까지 유치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례도 있어, 토지와 건물을 함께 낙찰받았다면 토지 부분은 따로 봅니다.
공사업체가 유치권을 포기하겠다는 확약서를 금융기관이나 건축주에게 낸 적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이런 서류가 있다면 다른 요건을 갖췄더라도 유치권 주장이 막힐 수 있습니다. 대출 금융기관이나 이전 소유자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인도명령은 6개월 안에
매수인은 대금을 낸 뒤 6개월 안이라면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136조 제1항). 소송보다 빠른 절차이니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간이 지났다면 건물인도 소송이나 유치권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다툽니다. 인도명령 단계에서도 법원은 유치권자의 주장을 들어 보고 판단하므로, 신청서에 점유 시점과 채권의 문제점을 자료와 함께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협상으로 정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치권자가 요건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면 소송 기간 동안의 금융비용과 비교해 일정 금액을 주고 인도받는 편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현장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것은 피하고, 법원 절차를 통해 인도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합의할 때는 지급 금액과 인도 날짜, 현장에 남은 자재와 집기 처리, 유치권 신고 철회를 한 서면에 담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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