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유치권은 경매개시결정 등기일을 기준으로 갈립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1.14

잔금을 못 받은 시공사가 현장 출입문에 쇠사슬을 걸고 유치권 행사 현수막을 다는 장면은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 유치권이 경매에서 실제로 힘을 쓰는지는 현수막을 단 날짜에 크게 좌우됩니다. 기준이 되는 날은 경매개시결정 등기일입니다.

압류 효력이 생긴 뒤의 점유는 대항하지 못합니다

유치권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권리입니다(민법 제320조).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되면 압류 효력이 생기는데, 그 뒤에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넘겨받아 유치권을 취득했다면 경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다22688 판결).

유치권은 점유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 건물에 관해 생긴 채권이어야 하고 변제기가 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점유를 언제 시작했는지와 함께 공사를 언제 마쳤는지, 대금 지급기일이 언제였는지도 경매개시결정 등기일과 나란히 놓고 봅니다.

점유는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건물을 실제로 지배하고 관리했는지로 점유를 판단합니다. 출입문 시정, 경비 인력 배치, 유치권 행사 안내문 게시 같은 조치가 꾸준히 이어졌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점유를 한 번 잃으면 유치권도 사라지므로(민법 제328조), 열쇠를 건축주에게 넘기거나 현장을 비워 두는 기간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도급업체도 자신이 시공한 공사로 생긴 대금채권이 그 건물에 관한 것이고 건물을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다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청이나 건축주의 점유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누가 실제로 점유했는지가 다툼이 됩니다. 여러 업체가 함께 현장을 지킨다면 각자의 점유 기록을 따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 점유를 시작한 날을 보여 주는 사진과 안내문
  • 경비 일지와 출입 통제 기록
  • 공사 완료일과 대금 지급기일을 보여 주는 서류
  • 건물 등기부의 경매개시결정 등기일

경매가 진행되면 집행관이 현황을 조사합니다. 이때 점유 사실이 현황조사서에 어떻게 기재되는지가 나중에 중요한 자료가 되니, 조사 시점에 현장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점유하는 동안 하지 말아야 할 일

유치권자는 채무자 승낙 없이 건물을 빌려주거나 사용할 수 없고, 보존에 필요한 사용만 허용됩니다. 이를 어기면 채무자가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24조). 반대로 이미 건물을 넘겨줘 상대가 쓰고 있는데 뒤늦게 문을 잠그면 업무방해 같은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경매로 건물을 산 쪽이라면 이 기준을 거꾸로 씁니다. 신고된 유치권자가 경매개시 전부터 점유했는지, 점유를 계속해 왔는지를 따져 유치권 부존재 확인과 인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은 성립 요건만큼 지키는 방법까지 계산해야 하는 권리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민사 칼럼 더 보기

민사

지역주택조합 30일 청약 철회, 우리 조합에도 적용될까

가입비를 예치한 날부터 30일 안에는 위약금 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지만, 2020. 12. 11. 이후 처음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한 사업에만 적용됩니다. 그 뒤의 탈퇴와 계약 취소를 비교합니다.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10.04

민사

아파트 하자 담보책임기간이 지났다면 정말 끝일까

집합건물법의 담보책임기간은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기간으로, 공동주택관리법의 기간은 그 안에 생긴 하자에 책임을 묻는 기간으로 읽은 판결이 있습니다. 두 법의 차이와 안전한 대응을 정리합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