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잔금 전부를 막을 수 있을까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3.09

공사를 마친 시공자와 건축주가 갈라서는 지점은 대개 잔금입니다. 건축주는 하자를 고치기 전에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고, 시공자는 사소한 하자를 핑계로 대금을 미룬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말에 각각 일리가 있지만, 법은 그 사이 어딘가에 선을 긋습니다.

하자 손해배상과 공사대금은 맞물립니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건축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수를 청구하거나, 보수에 갈음해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67조). 그리고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의무와 공사대금 지급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하자 배상을 받을 때까지 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범위입니다. 판례는 건축주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범위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제한합니다. 보수비가 잔금의 일부에 불과한데 잔금 전체를 묶어 두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연손해금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건축주 쪽에서 보면 반대의 함정도 있습니다. 하자를 이유로 대금을 미루면서 정작 보수를 요구하거나 손해액을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거절할 수 있었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증명하기 어려워집니다. 하자를 발견했다면 부위와 내용을 적어 서면으로 보수를 요구하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자가 중요하지 않다면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보수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667조 제1항 단서). 이때는 하자로 줄어든 가치 정도의 손해배상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일 몇 장의 색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욕실 전체 재시공비를 요구하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자와 미완성도 구분해야 합니다. 공사가 예정된 최후 공정까지 마쳐 주요 구조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다면, 남은 문제는 미완성이 아니라 하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완성이라면 아직 대금을 청구할 때가 아니라는 반박이 가능해지므로, 어느 쪽인지가 첫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이 사실상 금액을 정합니다

하자가 있는지와 보수비가 얼마인지는 소송에서 대부분 법원 감정으로 정해집니다. 시공자라면 시공 당시 사진, 사용한 자재의 규격서, 준공 뒤 건축주가 임의로 바꾼 부분을 정리해 감정인에게 보여 줘야 합니다. 건축주라면 하자가 처음 나타난 때와 보수를 요구한 기록이 중요합니다. 하자가 사용 잘못에서 생긴 것인지 시공 잘못에서 생긴 것인지가 감정의 핵심입니다.

시공자 입장에서는 하자 다툼이 길어지는 동안 시효도 흘러간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공사에 관한 채권은 3년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민법 제163조 제3호). 협의가 길어진다면 가압류나 소송으로 시효를 지켜 둔 채 협의를 이어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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