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정산 합의서에 서명한 뒤에도 부당감액을 다툴 수 있을까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8.03

“이 금액에 서명하지 않으면 남은 대금도 못 준다.” 공사가 끝나고 정산할 때 하도급업체가 자주 듣는 말입니다. 당장 자금이 급하니 서명은 했지만 억울함이 남습니다. 서명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다툼이 끝나는지, 하도급법의 구조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감액의 정당성은 원사업자가 증명합니다

원사업자는 위탁할 때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없고, 정당한 사유로 감액한다면 그 사유를 원사업자가 증명해야 합니다(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 법은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는 경우도 열거해 두었습니다.

  • 위탁한 뒤 경제상황 변동 등을 이유로 깎는 경우
  • 단가 인하 합의를 그 전에 위탁한 부분까지 소급해 적용하는 경우
  • 손해에 실질적 영향이 없는 경미한 과오를 이유로 깎는 경우

이 구조 때문에 합의서가 있어도 그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두 회사의 거래상 지위, 감액 근거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형식은 합의라도 실질이 일방적 감액이라면 위법한 감액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하자나 미시공이 있어 그만큼 정산한 것이라면 정당한 감액이 될 수 있으니, 깎인 금액의 내역부터 항목별로 나눠 봐야 합니다.

하도급법이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규모 요건을 갖춰야 하므로, 먼저 이 법이 적용되는 거래인지 확인합니다. 요건이 맞지 않더라도 건설공사라면 건설산업기본법의 하도급대금 규정과 계약서로 다툴 수 있으니 바로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감액 합의의 효력을 민법의 일반 원칙으로 따지게 되어, 서명 당시의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가 더 중요해집니다.

돌려받을 금액과 배상

부당감액이 인정되면 깎인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고,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이 지난 뒤 지급하는 감액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이율(현재 연 15.5퍼센트)의 이자가 붙습니다(같은 법 제11조 제4항). 나아가 부당감액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의 3배 이내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합니다(같은 법 제35조).

지금 모아 둘 자료와 절차

다툼은 결국 기록으로 합니다. 감액 요구가 오간 문자와 이메일, 정산 회의 녹취, 당초 계약 단가표와 견적서, 합의서에 서명하기 직전의 대금 지급 상황을 정리해 두세요. 남은 대금 지급을 조건으로 서명을 요구받았다는 정황은 합의의 실질을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나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조정도 선택지이지만, 신고만으로 돈을 받을 집행권원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회수가 목적이라면 민사 청구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신고나 조정 신청을 이유로 거래를 끊는 보복조치는 법이 금지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19조).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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