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감독관이 말로 지시한 날, 퇴근 전에 보낼 확인 공문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8.13현장에서는 '일단 이렇게 바꿔서 하세요'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갑니다. 공정이 급하니 서류는 나중에 하자는 분위기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정산 때가 되면 그 말을 한 사람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시공사가 편하자고 바꾼 것'이라고 말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공문은 길 필요가 없습니다
확인 공문은 반 장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누가 어느 부위를 어떻게 바꾸라고 했는지, 그에 따라 언제부터 작업할지, 공사비와 공기에 영향이 있다고 보는지를 적습니다. 끝에 '내용이 다르면 회신해 달라'는 문장을 넣어 두면 답이 없더라도 기록으로서 의미가 생깁니다.
- 지시한 사람의 이름과 직책, 지시 일시와 장소
- 변경 대상 부위와 변경 전후 내용
- 작업 착수 예정일
- 공사비 증액이나 공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
- 내용이 다르면 언제까지 회신해 달라는 요청
보내는 방법은 계약서가 정한 통지 방법을 따릅니다. 공문이나 이메일로 정해 두었다면 그 방식으로, 정한 것이 없다면 이메일과 문자를 함께 보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미 시공했다면 지금이라도 보냅니다
공문 없이 작업을 마쳤더라도 지금 보내는 확인 공문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받은 지시를 날짜별로 정리해 보내고, 상대방이 반박하지 않거나 일부라도 인정하는 답을 보내면 그것이 증거가 됩니다. 지시 당시의 대화방 기록, 감리일지, 작업일보, 사진을 같은 날짜끼리 맞춰 두면 더 단단해집니다.
관급공사라면 하나를 더 챙겨야 합니다.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준공대가를 받기 전에 신청해야 하므로(공사계약일반조건 제20조 제10항), 지시를 받을 때마다 조정 신청까지 함께 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하도급 현장이라면 법이 이 습관을 뒷받침합니다. 원청은 추가·변경 공사를 맡길 때도 착공 전에 서면을 발급해야 하고(하도급법 제3조 제1항), 서면이 없으면 수급사업자가 작업 내용과 대금을 적어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원청이 15일 안에 회신하지 않으면 통지한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같은 조 제8항, 제9항).
관계가 나빠질까 걱정된다면
공문을 보내면 발주처나 원청이 불편해할까 봐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따지는 말투보다 '지시하신 내용을 이렇게 이해했고 이렇게 진행하겠다'는 확인 형식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도 기록이 남는 편이 나중에 덜 다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중한 확인 공문을 문제 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보낸 공문과 받은 회신은 현장별로 번호를 매겨 한 폴더에 모아 두세요. 공사가 끝난 뒤 정산이나 소송에서 이 폴더가 그대로 증거 목록이 됩니다. 현장소장이 바뀌는 일도 흔하니 담당자 개인 휴대전화가 아니라 회사 메일이나 서버에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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