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내용증명부터 보낼까, 바로 소장을 낼까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09내용증명은 소송보다 가볍고 빠르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실제로 상대가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고 조용히 끝내고 싶다면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에 맞는 첫 수는 아닙니다. 내용증명은 어떤 내용을 언제 보냈는지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우편일 뿐 그 자체로 강제력은 없다는 점부터 기억해 두세요. 받은 사람이 무시해도 그것만으로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내용증명이 힘을 내는 경우
상대 주소를 알고, 상대가 관계를 부인하기 어려울 만큼 자료가 갖춰져 있고, 원고도 판결문보다 빠른 정리를 원할 때 내용증명이 힘을 냅니다. 부정행위 사실, 책임을 묻겠다는 뜻, 요구 금액과 답변 기한, 기한을 넘기면 소를 내겠다는 내용을 차분하게 적습니다.
욕설이나 '회사에 알리겠다'는 문구는 넣지 않습니다. 돈을 요구하며 폭로를 예고하면 협박이나 공갈 시비가 붙고(형법 제283조·제350조), 협상의 주도권이 오히려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상대 직장 주소로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로 피합니다.
내용증명에 가진 증거를 다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자료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늘어놓으면 상대는 그 빈틈에 맞춰 답을 준비합니다. 책임을 물을 만한 근거가 있다는 정도로 적고, 자세한 내용은 협상이나 소송에서 꺼내는 편이 낫습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상대가 연락해 오면 그때부터가 협상입니다. 직접 만나면 감정이 격해지기 쉬워, 대리인을 통해 금액과 조건을 주고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통화를 하더라도 상대가 녹음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세요.
바로 소장이 나은 경우
- 상대 이름이나 주소를 모를 때(소를 낸 뒤 사실조회로 찾는 편이 빠름)
- 증거를 지우거나 배우자와 말을 맞출 우려가 클 때
- 상대가 재산을 옮길 것 같아 가압류가 필요할 때
- 외도를 안 날부터 3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소장을 바로 낸다고 합의의 길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소송 중에도 조정이나 화해로 끝낼 수 있고, 오히려 소장을 받은 뒤에야 상대가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장에는 가압류처럼 함께 해 둘 절차가 있는지도 같이 검토합니다.
내용증명과 시효
기한이 걸린 사건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내용증명으로 청구하면 소멸시효를 잠시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6개월 안에 소를 내거나 가압류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사라집니다(민법 제174조). 협상만 이어 가다 3년을 넘기는 일이 없도록, 내용증명을 보낸 날부터 6개월이 되는 날을 달력에 적어 두세요.
내용증명을 받은 쪽이 답하지 않았다고 바로 불리해지지 않는 것처럼, 보낸 쪽도 답이 없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 둔 기한이 지나면 준비한 소장을 내면 됩니다. 기한을 넘겼는데도 계속 기다려 주면 상대는 시간을 끌어도 된다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내용증명을 보낼 때는 소장 초안도 함께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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