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책임은 인정해도 위자료 액수는 다툴 수 있습니다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2.22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거의 없는 소장도 있습니다. 상대가 기혼자라는 걸 알았고, 원고가 낸 대화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책임이 인정되는 것과 소장에 적힌 금액을 그대로 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위자료 액수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모아 정하므로 그 사정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액 주장은 이 금액이 과하다는 말입니다

감액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이 이 사건의 사정에 비해 크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은 교제 기간, 실제로 만난 횟수와 관계의 깊이,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사건 뒤의 태도를 함께 봅니다. 원고가 소장에서 이 사정들을 부풀렸다면 그 부분을 자료로 짚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원고가 교제 기간을 1년으로 적었는데 실제 연락이 시작된 것은 넉 달 전이라면 첫 메시지 날짜가 핵심 자료가 됩니다. 원고가 낸 결제 내역에 피고와 관계없는 날이 섞여 있다면 날짜별로 대조해 표로 냅니다.

법원이 참작하는 사정

  • 교제 기간이 짧고 들킨 직후 관계를 정리했다는 기록
  • 상대 배우자가 관계를 주도했다는 대화
  • 외도 전부터 원고 부부의 갈등이 깊었다는 객관적 자료
  • 원고에게 서면으로 전한 사과와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속
  • 원고 쪽의 공개 폭로나 직장 방문으로 입은 피해

이 가운데 관계를 정리한 날짜는 생각보다 무게가 큽니다. 들킨 날 이후 연락이 끊겼다는 것을 통화 기록이나 메신저 화면으로 보여 줄 수 있다면 발각 뒤 태도를 둘러싼 다툼이 크게 줄어듭니다.

원고의 행동도 저울에 올라갑니다

원고가 피고의 직장에 찾아가 소란을 피웠거나 SNS에 사실을 올렸다면, 그로 인해 피고가 입은 고통이 위자료를 정할 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원고 스스로 우리 부부는 오래전에 끝난 사이였다고 말했거나 피고에게 너도 속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다면 그 기록도 의미가 있습니다.

원고에게도 외도가 있었다면 혼인 파탄에 원고의 책임도 있다는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피고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으니 시점과 정도를 자료로 보여 줘야 합니다.

감액을 구할 때 피할 것

억울한 마음에 원고 부부의 사생활을 길게 적거나 원고가 가정에 소홀했다고 비난하는 답변서는 역효과가 납니다.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읽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원고 부부의 갈등을 쓰더라도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범위에서만 다룹니다.

사과문도 방향을 정한 뒤에 써야 합니다. 부정행위 자체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사과문은 인정으로 읽힐 수 있지만, 책임을 인정하고 액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진지한 사과가 참작 사유가 됩니다. 1심 금액이 과하다고 판단되면 판결서를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항소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민사소송법 제396조).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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