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합의서의 위약금과 위약벌, 한 단어가 바꾸는 것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2.22

상간 문제를 합의로 정리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조항이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 연락하거나 만나면 얼마를 지급한다는 약속입니다. 서명하는 날에는 금액에만 눈이 가지만, 막상 약속이 깨졌을 때 다툼이 벌어지는 곳은 그 돈을 무엇이라고 불렀느냐입니다. 위약금이라고 썼는지 위약벌이라고 썼는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집니다.

이름을 정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됩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약속을 어기면 생길 손해를 미리 이만큼으로 정해 둔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위반이 있을 때 실제 손해를 하나하나 증명하지 않아도 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한계가 두 가지 따라옵니다.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제398조 제2항). 그리고 원칙적으로 정해 둔 금액을 넘는 손해는 따로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만난 일로 받은 고통이 더 크다고 느껴도 예정액에 묶일 수 있습니다.

위약벌은 제재입니다

위약벌은 손해를 메우는 돈이 아니라 약속을 어긴 데 대한 제재로 정한 돈입니다. 그래서 위약벌을 받고도 실제 손해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따로 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법원이 제398조 제2항을 근거로 위약벌을 감액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같은 합의서 안에 위약벌과 손해배상이라는 말이 섞여 쓰여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그 돈을 제재로 정했다는 사정이 합의서 전체에서 드러나야 하므로, 이름 하나를 정확히 쓰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다만 위약벌이라고 써 두었다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금액이 의무 위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크면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는 이유로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3조). 상대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금액은 합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나중에 효력을 다투는 빌미가 됩니다.

금액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

위반 시 지급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위반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다음 내용을 문구로 적어 둡니다.

  • 금지하는 연락 수단(전화, 문자, 메신저, SNS, 다른 사람을 통한 연락)
  • 같은 직장처럼 업무상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경우의 예외
  • 위반 1회를 어떻게 세는지
  • 지급 기한과 늦어졌을 때의 처리
  • 그 돈의 성격이 위약벌이라는 점

위반을 증명할 방법도 미리 생각해 둡니다. 다시 연락했다는 사실은 결국 메시지나 통화 기록으로 보여 줘야 하는데, 그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지 정해 두지 않으면 조항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조항은 당사자끼리 쓴 합의서만으로는 바로 강제집행할 수 없습니다. 위반 사실과 금액을 두고 다시 소송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처음부터 위반을 어떻게 증명할지와 어떻게 집행할지까지 염두에 두고 문구를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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