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유부남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2.21상간 소장을 받은 분들에게서 제일 자주 듣는 말은 몰랐다는 것입니다. 결혼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고 혼자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도 이 주장은 의미가 있습니다. 상간자의 책임은 불법행위 책임이고, 불법행위는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750조).
증명책임은 원래 원고에게 있습니다
판례는 교제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간자가 기혼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청구하는 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이 대목만 보면 피고는 가만히 있어도 될 것처럼 보입니다.
과실도 함께 따집니다. 실제로는 몰랐더라도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같은 팀에서 몇 년을 함께 일한 사이라면 결혼 사실을 몰랐다는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실제 재판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원고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아이나 배우자를 언급한 부분을 골라 내고, 같은 직장이나 모임이었다는 사정을 내세웁니다. 이때 피고가 구체적인 반대 사정을 내지 못하면 재판부는 원고의 정황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증명은 원고 몫이어도 설득은 결국 피고가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법원이 묻는 세 가지
몰랐다는 주장을 따질 때 법원이 확인하려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어떤 말과 행동으로 속았는지, 언제 혼인 사실을 알게 됐는지, 알고 난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입니다. 아래 자료가 있다면 지금 따로 보관해 두세요.
- 상대가 미혼이나 이혼했다고 소개한 메시지, 혼인 여부를 물어본 대화
- 주말과 명절에도 자유롭게 만났고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 등 혼자 사는 사람처럼 지낸 정황
- 혼인 사실을 알게 된 날과 그 경위
- 그 직후 연락을 끊거나 항의한 메시지
세 번째 질문이 특히 중요합니다. 알게 된 뒤에도 만남이 이어졌다면 그 이후 기간에는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몰랐던 기간과 알았던 기간을 나눠 정리하면 책임을 전부 다투기는 어려워도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알 수 있었던 사정이 뚜렷한데도 몰랐다고 버티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혼반지를 낀 사진이 프로필에 걸려 있었다거나 대화에 아이 학원 이야기가 수시로 나온다면 재판부가 그 주장을 믿기 어렵습니다. 한 주장이 무너지면 나머지 주장까지 신빙성을 잃습니다.
그럴 때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교제 기간이 짧았다는 점, 들킨 뒤 바로 관계를 정리했다는 점에 힘을 싣는 편이 나은 사건도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갈지는 원고가 낸 증거와 내 손에 있는 대화를 함께 놓고 정합니다. 상대가 이혼했다며 서류를 보여 준 적이 있다면 그 사진이나 대화도 꼭 남겨 두세요. 소장을 받은 뒤 원고나 상대 배우자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하는 일도 피하세요. 감정이 오간 통화에서 한 말이 기혼 사실을 알았다는 인정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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