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돈이 들어오기 전에 소를 취하하면 안 되는 이유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14합의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피고 쪽에서 소를 먼저 취하해 주면 돈을 보내겠다는 말이 나오곤 합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이미 합의했으니 괜찮겠지 싶습니다. 그런데 취하는 한 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처음보다 불리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취하하면 무엇이 사라지나
소를 취하하면 소송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됩니다. 소를 내서 멈춰 두었던 소멸시효도 함께 풀립니다. 취하한 뒤 6개월 안에 다시 소를 내는 등 조치를 해야 처음 소를 낸 때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70조). 외도를 안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 사건이라면 이 차이가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본안 판결이 선고된 뒤에 취하하면 같은 소를 다시 낼 수 없습니다(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1심 판결을 받고 항소심에서 합의하면서 소 자체를 취하하는 경우라면 이 점을 꼭 따져야 합니다. 항소심에서는 소 취하 대신 항소 취하나 조정으로 정리하는 방법도 있어 어느 쪽이 나은지 비교합니다.
그동안 쌓아 둔 자료도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증거보전이나 사실조회로 받은 자료는 기록에 남아 있지만, 새 소송을 내면 다시 내고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취하는 이 모든 시간을 되돌리는 결정입니다.
순서는 입금 먼저, 취하는 나중
가장 단순한 원칙은 합의금이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에 취하서를 내는 것입니다. 피고가 취하를 먼저 해 달라고 고집한다면 합의서에 입금일과 취하일을 나란히 적고, 입금 확인 당일 취하서를 낸다고 약속하는 정도로 절충할 수 있습니다.
분할로 받기로 했다면 마지막 회차까지 기다리기 어려우니, 취하 대신 법원에서 조정이나 화해로 끝내는 방법을 씁니다. 조정조서나 화해조서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 약속이 깨지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만 쓰고 취하했다면 돈이 끊겼을 때 다시 소송부터 해야 합니다.
- 합의금이 실제로 입금됐는지
- 합의서에 부제소·비밀유지·구상권 조항이 들어갔는지
- 분할이라면 취하 대신 조정조서로 끝낼 수 있는지
- 외도를 안 날부터 3년이 언제인지
피고 동의가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피고가 이미 준비서면을 내거나 변론을 했다면 취하에는 피고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취하서를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피고가 이의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민사소송법 제266조). 대부분 합의 끝의 취하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건이 다 정리되지 않은 채 취하하면 피고가 동의하지 않는 일도 생깁니다.
피고 입장에서는 취하에 동의하기 전에 합의서에 부제소 조항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안 판결 전의 취하만으로는 원고가 나중에 같은 소를 다시 내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합의 없이 원고가 소송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됩니다. 배우자와 재결합하면서 마음이 바뀌어 취하를 고민한다면, 그냥 취하하기보다 조정으로 접촉 금지와 구상권 문제를 정리해 두는 편이 나중을 위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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