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상간 합의서만으로 강제집행이 안 되는 이유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03

합의서에 서명도 받고 지장까지 찍었는데 약속한 날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상담이 종종 있습니다. 합의서를 들고 바로 상대 통장을 압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릅니다. 답은 대부분 아니오입니다. 당사자끼리 쓴 합의서는 약속이 있었다는 증거일 뿐 그 자체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강제집행에는 집행권원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강제로 남의 재산을 압류하려면 판결이나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문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집행권원이라고 부릅니다. 개인끼리 쓴 합의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서, 상대가 돈을 주지 않으면 그 합의서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소송을 피하려고 합의했다가 결국 소송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지급명령은 상대가 이의하지 않으면 비교적 빨리 확정되지만, 이의하면 결국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공정증서로 만들면 달라지는 것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로서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고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취지가 적힌 것은 판결 없이도 강제집행의 근거가 됩니다(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분할 지급처럼 이행에 시간이 걸리는 합의에서 이 방식을 많이 쓰는 이유입니다. 한 번이라도 늦으면 남은 금액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조항을 함께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계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재접촉 금지나 비밀유지처럼 돈이 아닌 약속은 이 방식으로 바로 집행할 수 없습니다. 위반하면 얼마를 낸다는 조건부 금액도 위반 사실을 먼저 확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공정증서에 넣는다고 곧바로 집행할 수 있는지는 따로 따져 봐야 합니다.

소송 중이라면 조정조서가 있습니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법원 조정으로 끝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민사조정법 제29조, 가사소송법 제59조 제2항) 조정조서를 근거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판결과 같은 힘을 가지면서도 판결로는 정할 수 없는 조건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 상간자와 배우자의 재접촉 금지와 그 범위
  • 합의 내용과 사건에 대한 비밀유지
  • 배우자에 대한 구상권 포기
  • 서면 사과

판결은 위자료를 얼마 줄지만 정하고 사과나 연락 금지는 명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돈보다 관계 정리와 재발 방지가 중요한 분께는 조정이 더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판결문이 남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분도 있어서, 무엇을 더 원하는지 먼저 정한 뒤 방향을 고릅니다.

서명 전에 확인할 것

소송 없이 합의만으로 끝낼 생각이라면 상대가 돈을 줄 능력이 있는지, 한꺼번에 줄지 나눠 줄지부터 확인하세요. 나눠 받는다면 공정증서를, 소송 중이라면 조정조서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증은 양쪽이 함께 공증사무소에 가거나 대리인을 보내야 하므로, 합의 단계에서 공증 날짜까지 정해 두지 않으면 서명만 하고 공증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비밀유지나 재접촉 금지가 지켜지지 않을 때 쓸 위반 시 지급 조항의 문구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점검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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