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캡처 수백 장, 법원에 내기 전에 정리하는 법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10

휴대폰 사진첩을 통째로 보여 주며 '이게 다 증거예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모으느라 애쓴 시간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수백 장을 처음부터 넘겨 보지 않습니다. 무엇을 증명하려고 이 자료를 내는지가 한눈에 보이게 다듬어야 증거가 제 몫을 합니다.

증명할 사실별로 묶습니다

원고라면 자료를 두 묶음으로 나눠 보세요. 하나는 두 사람이 부정한 관계였다는 자료, 다른 하나는 상간자가 배우자에게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자료입니다. 두 번째 묶음이 비어 있으면 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피고라면 반대로 몰랐다는 자료와 관계를 정리한 날을 보여 주는 자료를 따로 묶습니다.

묶음마다 대표 자료 몇 개를 고르고 나머지는 보충 자료로 돌립니다. 같은 내용의 캡처를 수십 장 내는 것보다, 관계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화 몇 개와 그 기간을 보여 주는 통화 목록을 함께 내는 편이 읽힙니다.

내 손에 없는 자료는 법원 절차로 보탭니다. 통화 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은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으로, 곧 지워질 CCTV는 증거보전으로 확보합니다. 무엇을 직접 내고 무엇을 법원에 요청할지 나눠 두면 자료 목록이 한결 정리됩니다.

캡처와 파일은 이렇게

  • 대화 날짜와 상대 이름이 한 화면에 보이게
  • 필요한 부분만 잘라 내지 말고 앞뒤 대화까지
  • 원본 대화방과 파일은 지우지 않고 보관
  • 파일 이름은 날짜로 시작하게 저장

앞뒤를 자른 캡처는 상대가 전체 대화를 내밀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원본이 남아 있어야 상대가 조작을 주장할 때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녹음 파일은 녹취록을 함께 내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전에 내가 대화에 참여한 녹음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증거마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처럼 번호를 붙이고, 무엇을 증명하려는 자료인지 한 줄씩 적은 목록을 함께 냅니다.

사진은 촬영 날짜가 중요합니다. 메신저로 주고받으면서 날짜 정보가 사라진 사진보다 원본 파일이 낫고, 원본이 담긴 기기도 버리지 마세요. 영상이나 음성 파일은 저장매체에 담아 내면서 핵심 장면이 몇 분 몇 초에 나오는지 적어 두면 재판부가 찾기 쉽습니다.

내지 않는 편이 나은 자료

다른 사람끼리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고, 대법원도 배우자 차량에 단 녹음기로 얻은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이런 자료를 내면 쓰지도 못하면서 상대에게 고소의 빌미만 줍니다. 위치추적 앱 기록이나 몰래 열어 본 계정 화면도 내기 전에 얻은 경위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증거는 한 번에 다 낼 필요도 없습니다. 상대가 어떤 주장을 할지 보고 그에 맞춰 내는 자료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패를 보이면 상대가 빈틈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 시간을 줍니다. 피고도 마찬가지로, 미혼이라고 말한 메시지나 연락을 끊자고 한 대화처럼 핵심 자료를 앞에 두고 나머지는 상대 주장에 맞춰 보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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