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카톡 캡처 300장, 법원에 내기 전에 고를 것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2.02상담실에 휴대전화를 통째로 내미는 분이 있습니다. 앨범에는 몇 년 치 캡처가 수백 장 쌓여 있고, 녹음 파일도 수십 개입니다. 하나하나가 힘든 시간을 견디며 남긴 기록이라 무엇 하나 빼기 아깝습니다. 그런데 소송에서는 많이 내는 것보다 찾기 쉽게 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연표에 증거를 붙이는 방식
재판부는 서면을 읽다가 증거 번호를 보고 해당 자료를 찾아봅니다. 서면에 '수년간 폭언이 있었다'고만 쓰고 캡처 300장을 한꺼번에 붙이면, 정작 가장 심했던 날의 메시지가 묻혀 버립니다. 그래서 먼저 날짜순 연표를 만들고, 연표의 사건마다 그것을 보여 주는 자료를 두세 개씩 고르는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자료는 쟁점별로 나눠 두면 쓰기 편합니다. 이혼 사유를 보여 주는 것, 재산이 어떻게 모였는지 보여 주는 것, 아이를 누가 돌봐 왔는지 보여 주는 것으로 폴더를 나누세요. 같은 메시지가 두 쟁점에 모두 쓰일 수도 있으니 파일 이름에 날짜를 붙여 두면 찾기 쉽습니다.
제3자의 진술서를 받을 생각이라면 누구에게 무엇을 부탁할지도 이 단계에서 정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진술서는 내 편의 말로 읽히기 쉬워서, 직접 본 일을 날짜와 장소를 넣어 구체적으로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문장으로 쓴 진술서는 오히려 신뢰를 잃습니다.
캡처할 때 지킬 것
- 대화 상대 이름과 날짜가 화면에 함께 보이게 저장하기
- 욕설 한 줄만 자르지 말고 앞뒤 대화가 이어지게 여러 장으로 남기기
- 대화방 내보내기 기능으로 원본 텍스트 파일도 따로 보관하기
- 사진은 편집하지 않은 원본 파일을 다른 저장장치에 복사해 두기
상대는 앞뒤가 잘린 캡처를 보면 맥락이 다르다고 반박하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대화 흐름이 보이게 남겨 두면 그 반박이 힘을 잃습니다.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백업을 확인하세요. 기기를 바꾸다 대화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날짜가 중요한 자료는 따로 표시해 두세요. 외도를 처음 알게 된 날, 별거를 시작한 날, 상대가 집을 매물로 내놓은 날처럼 기간 계산이나 재산분할 기준과 연결되는 날짜가 있습니다. 이런 날짜를 보여 주는 자료는 연표 맨 앞에 따로 모아 두면 서면을 쓸 때마다 다시 찾지 않아도 됩니다.
녹음은 녹취록과 함께
녹음 파일은 그대로 내기보다 녹취록을 만들어 함께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사가 몇 시간짜리 파일을 처음부터 들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파일마다 녹음한 날짜, 장소, 대화한 사람, 핵심 발언이 나오는 시간을 메모해 두면 녹취록을 만들 부분을 고르기 쉽습니다. 원본 파일은 편집하지 말고 그대로 보관해야 합니다.
나도 다투다가 험한 말을 한 녹음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부분만 지우거나 빼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일부만 지운 흔적이 드러나면 나머지 자료까지 의심받습니다. 불리한 부분은 숨기기보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자료를 내고 어떤 자료를 아껴 둘지는 상대 주장을 보면서 정하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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